우리의 묘지에 관한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것은 1912년부터다. 일제가 한일합방후 묘지·화장장·매장 및 화장 취급법을 제정한 것이 계기였다. 공동묘지가 등장한 것도 그 무렵이다. 그러나 묘지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기에는 그 시절의 행정력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묘지실태에 대한 전반적인 통계가 잡힌 것은 불과 10년 남짓하다. ◆보사부가 지난 78∼80년까지 3년에 걸쳐 실시한 항공측정 사진을 분석한 것이 유일한 기본 통계자료다. 그 자료를 토대로 해서 묘지총수는 1천8백80여만 기가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묘지가 국토를 잠식한 면적이 0.95%인 9백63㎢나 되는 것으로 추산해 낸 것도 그것에 근거한다. 말이 9백63㎢이지,그 넓이를 실감나게 표현하면 서울시 면적(6백5㎢)의 1.5배다. ◆그러나 사자의 유택면적(평균 15.3평)이 생자의 거주 대지면적(13.5평)보다 넓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사자천국이 돼버린지도 모른다. 그 때문인지 너도나도 내부모 내조상만 화장아닌 묘지에,그것도 명당에다가 왕릉처럼 모시겠다고 아우성을 치나보다. 그런가 하면 전체묘지의 38%가량인 7백만여기가 후손도 모르는 무연고 묘지라니,조상 숭배상의 허점을 보는듯하다. ◆어찌됐건 밥술이나 먹는 사람은 특정 종교신자가 아니면 묘지쓰기를 고집한다. 90년의 통계를 보면 25만4천명의 망자중 84.3%인 21만4천명이 묘지에 묻혔다. 이 바람에 해마다 묘지로 잠식되는 국토가 11.5㎢나 된다. 묘지 총면적은 공업육성·조성을 위한 공단지역 총면적 7백1.42㎢의 1.4배나 되고 전국 대지면적의 51%나 된다. ◆62년∼85년까지 23년동안 해안간척사업 등으로 국토를 확장한 총면적이 2백39㎢인데 반해 그 기간의 묘지화한 국토면적은 2백67㏊로 훨씬 많았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묘지문제를 전래의 조상숭배나 효사상 차원에서 어물거리고 있겠다는 것인가. 뿌리깊은 매장 선호사상을 일대 개혁하는 국민의식 차원에서부터 문제를 푸는 근본적인 정책접근을 서둘러야 할 시점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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