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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 대학/이행원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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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 대학/이행원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2.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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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41개 국·공립대학 총장들이 지난 26일 한자리에 모였다고 한다. 「21세기를 향한 국·공립대학」이란 주제를 놓고 세미나를 했다는 것이다.고도기술·정보화사회,자율·민주화사회,개방·국제화사회 다양·다원화사회로 특징지어지는 새세기에 대응할 국·공립대학의 성격과 위상을 새로이 정립하고 주어진 역할을 잘 해낼 길을 찾아보기 위해 심도 있는 토론을 했다는 보도다.

처음 있는 일이다. 반갑고 기대되는 바가 크다. 솔직히 말해서 국·공립대학인들은 너무 오랜기간 무사안일속에 안주해왔다는 것을 그 누구도 부인키 어려울 것이다 .

물론 그 원·근인을 따져본다면 대학인들 보다는 정부와 교육당국에 더 많은 잘못이 있다. 획일화된 대학제도와 정책,독재정권과 권위주의 정권의 지배와 통제는 대학운영의 자율성이나 창의성은 말할 것도없고,학문의 자유 자체가 침해받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억압속의 암울했던 그 시대가 끝난지는 짧지않다. 통제와 획일에 순치됐던 대학인들이 「자율의 날갯짓」을 하게되기까지 그토록 많은 준비기간이 필요했는지 얼른 수긍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국·공립 대학인들의 이번 만각을 더욱 반기고 싶은 것이다. 큰 의미 부여를 하는 소이도 그 때문이다.

국·공립대학의 기능과 사명에 대한 김종운 서울대 총장의 주제논문은 사학들과 쓸데없이 경쟁이나하며 분수를 모르는듯했던 「국립의 위상과 역할」을 분명히 해주는 혜안이다. 유난히 돋보인다.

김 총장이 첫번째로 꼽았듯이 국민의 세금을 재원으로 국·공립대학을 설립해 운영하는 1차적 목적은 경제·지리적 이유때문에 불리한 처지에 있는 우수한 인재들에게 교육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하자는데 있는 것이다. 전문기술인력 등 국가적 요청을 수용하는 것도 사학의 특수한 건학정신에 맞먹는 것이다.

때문에 재원이 많이 소요되는 분야와 국가목적상 육성해야할 분야,수요가 매우 적어 사학이 손댈 수 없거나 소외되기 쉬운 분야의 교육프로그램을 국·공립대학은 우선적으로 개설해 교육해내야 하는 것이다.

공교육체제의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책임성 또한 가볍지 않다. 세계속에서 한국대학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대학교육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책도 서울대를 비롯한 선두그룹의 국립대학이 맡아야 할 일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서울대를 필두로 한 국립대학들이 백화점식 학과나 개설·운영하면서 재정난에 허덕이는 사학들과 우수고교생 유치에 도토리 키재기식 경쟁에서 우위라고 자족하며,주어진 자율권한을 대학인들의 이기와 편의로나 써먹으면서,나태와 안일에 탐닉하다가 학생들에게 봉변이나 당한대서야 어찌 우리 공동체의 최고 지성과 양식이라 자부할 수 있겠는가.

국·공립대학 총장들의 이번 세미나야말로 사명감을 내동댕이치고 낮잠에 빠진것 같던 국·공립 대학인들의 잠을 깨우는 경종과 촉매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그래서 더욱 큰 것이다.

우리의 경제가 새로운 용이 되느냐 지렁이가 되느냐는 기로에서 있는 것과 똑같이 우리 대학들도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해있다. 대학인 스스로는 물론이고 정부와 국민 모두가 알아야 할 때이다. 대학교육의 수월성 추구를 할 수 없다면 국제경쟁에서 우리는 낙오자가 될 수 밖에 없다. 국·공립대학의 교육내실에서부터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벼랑끝이 그리 멀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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