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찰청은 27일 상오 10시부터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산하 30개 경찰서 수사요원 4천5백여명의 절반인 2천2백여명을 모아놓고 2시간동안 「92년도 상반기 수사요원 집체교육」을 실시했다.28일까지 이틀간 전 수사경찰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이번 교육에 대해 경찰청 간부들은 「정례적인 교육」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모든 형사들을 한데 모아 실시하는 것은 경찰사상 처음있는 일로 최근 물의를 빚은 경찰관 심야유흥업소 비호사건과 관련,갑자기 이루어진 것이다.
교육에 참석한 일선 형사들도 이날 교육이 왜 갑작스럽게 소집 됐는지를 짐작한듯 쑥스럽고 풀죽은 모습으로 간부들의 강의를 경청했다.
처음 등단한 김기수 서울 경찰청 차장(치안감)은 『경찰이란 직업을 천직으로 여기도록 해야 하며 특히 수사경찰은 공명,신속,청렴,친절 등 4대 덕목에 충실해야 한다』고 원칙론을 편 다음 강남서사건을 예로 들어 『시민들은 고양이에게 어물전을 맡긴 꼴이라는 말로 오늘날의 경찰과 시민관계를 비판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김 차장이 공직자의 도리를 거듭 강조하는 동안 별무반응이던 장내는 김 차장이 『대기업체 대리인 내 아들이 받는 월급도 54만원인 점을 보면 경찰공무원의 임금수준이 결코 낮은 것이 아니다』며 『돈 몇푼때문에 경찰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거지근성」을 버려야 한다』고 질책하자 『그러면 아들을 경찰시키지』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등 잠시 술렁거렸다.
김세옥 서울 경찰청 형사부장(경무관)은 이어 최근의 잇단 경찰관 비리사건을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가며 『세끼 죽을 먹더라도 금품의 유혹에 넘어가서는 안될 것』이라고 질책하고 『멋진 수사경찰이 되자』고 당부했다.
그러나 간부들의 열변에도 불구하고 교육을 마치고 체육관을 나서는 형사들의 표정은 시큰둥했다.
『매일 조회와 석회때마다 듣던 얘기나 똑같다』 『경찰 복지후생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데 앞정서야 될 간부들이 면피성 행사나 하려 한다』고 투덜대는 형사들에게 이날의 행사가 대오각성의 계기가 됐을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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