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선택” 관련부인속 「새흐름」시사/민자/“대선 앞두고 여측 저의” 경계 눈초리/민주/본인 진의파악·「만일 사태」대책 부심/국민대선국면으로 접어드는 정국에 또 한차례 정계재편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미묘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국민당의 조윤형 최고위원이 금명 탈당할 것으로 알려지고 이에 앞서 민주당의 임춘원의원이 27일 돌연 탈당한 것이 이같은 흐름의 단초이다. 두 사람의 탈당동기 및 향후 거취는 확실치 않으나 이들이 당내에서 차지하고 있던 비중과 탈당 결심을 단행한 시점 등을 볼때 다양한 해석을 낳게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14대 국회개원을 앞두고 김영삼대표 등 민자당 지도부가 원내 안정세확보를 위해 무소속 영입작업을 활발히 추진해온 것과 같은 시점에 이뤄진 이들의 움직임을 우연으로만 볼 수 없다는 관측이 상당하다.
바꿔말해 비록 강도와 성격은 다소 다르나 여소야대 또는 약여강야의 민자당 상황이 13대 국회 초의 여소야대 상황과 유사하고 따라서 민자당이 단순한 원내 안정세확보 차원을 넘어서 정국구도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현재로선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할 뚜렷한 추가적 방증이 없는게 사실이다.
또 당장 민자당조차 그같은 「그랜드 디자인」의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주 김 대표가 조윤형의원을 극비리에 만나 장시간 밀담을 나눴고 최형우 전 정무장관이 국민당내 구 민주당 인사들과 접촉한 사실이 확인돼 여러 추측이 만발하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때문에 두 사람의 자당 탈당으로 빚어진 정가파장과 향후 추이는 당분간 집중적 주목을 받을게 틀림없다.
○…민자당은 조 의원의 탈당결심과 임 의원의 탈당소식에 표면상 당사자들의 「개인적 선택」으로 애써 치부하며 그 과정에 어떤 의도가 개재돼있다는 관측을 부정하고 있다. 또 이들의 민자당 입당설과 관련,공식·비공식의 제의가 오갔거나 의사타진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원국회와 지자제 연기협상 등 난제를 앞두고 어느 때보다 야당의 협조가 아쉬운 마당에 야당의 신경을 건드리는 섣부른 짓을 할리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또 설령 두 사람의 단기행보를 끌어들인다해서 단기적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도 크게 기대할 게 없다는 견해이다.
그러나 보다 깊이 들여다 보면 이같은 반응과 다른 내면의 흐름이 분명히 느껴지는게 사실이다. 이와 관련,당의 고위 관계자는 『김영삼대표의 대통령후보 확정으로 문민정부의 정착 기대가 높아진 현실과 14대 총선결과가 낳은 불안정한 정국 구도를 겹쳐 볼 때 기존 정치권 인사들의 입장 재정리가 자연스런 흐름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김 대표의 대통령 당선을 전제할 수 있다면 문민정부 착근의 시대적 호기를 뒷받침할 수 있는 견제와 협력의 새로운 국회상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 경우 개개 정치인들의 변신의 논리도 설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개진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70년 김 대표가 야당에서 40대 기수론을 제창했을 당시 조 의원이 막후 참모역을 맡아 유진산당수와 「담판」했던 인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관계자는 『조 의원이 70년대 후반부터 동교동에 속했으나 자신의 정치관 실현이 좌절되는 시련을 맛봤다』며 『조 의원이 합류한다면 40대 기수론의 제창그룹이 20여년만에 다시 결합하는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반면 이들도 조 의원의 단기 입당이 가져올 현실적 효과에는 회의적이다. 다만 조 의원의 행보가 국민당내 정주영대표의 정치행태에 불만을 가진 친상도동 인사들의 의사를 담고 있는 것이라면 정국의 일대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결국 조 의원과 임 의원의 정치행보가 낳은 파장이 어떤 변화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해도 그 과정은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우세한 형편이다.
○…민주당은 조·임 의원 문제에 강한 비판적 시각을 보이면서 경계의 눈초리를 감추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민자당이 선거가 끝나자마자 무소속을 영입했을 때 『총선민의를 거역하는 처사』라고 강력히 비난했는데 비슷한 연장선상에서 이 문제를 보고 있다. 그리고 임 의원 문제에 대해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대선을 앞두고 민자당이 엉뚱한 생각을 하는게 아니냐』고 말하는 등 이를 단순한 의석확보차원이 아니라 여권의 대선전략으로까지 확대해석하려 하고 있다.
사실 민주당 수뇌부는 민자당이 이종찬의원 문제 등으로 상실을 감내해야할 의석을 국민당에서 보충하려들 것이라는 판단을 해왔는데 임의원 문제가 발생하자 이 판단이 자칫 민주당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기 시작한 것 같다.
한편 임 의원은 탈당성명에서 『기회있을 때마다 당의 민주화와 김대중대표 측근들의 언행에 대해 시정을 요구했으나 시정은 커녕 민주당이 사당화되어 가고 있다』고 주장한뒤 『민주당의 비민주적인 민주화에 동참할 수 없어 당을 떠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일각에는 임 의원의 탈당이유가 당직과 당운영의 소외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하면서 굳이 이를 정국차원에서 보지 않으려는 견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민당은 27일 조 최고위원의 탈당설이 보도되자 『그럴리 없다』며 못믿겠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본인의 진의파악과 사후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정주영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아무리 정치인이라 해도 그럴 수가 있겠느냐』면서 『그런 얘기는 조 최고위원을 음해하려는 사람들이 하는 소리』라고 탈당설을 일축했다.
국민당측은 그러나 정 대표의 이같은 반응에도 불구 조 최고위원의 거취에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조 최고위원은 이미 지난 25일 보좌관을 통해 김광일 최고위원에게 최고위원 사퇴서를 제출하려다 반려됐고 27일 상오 열린 최고위원·고문단 회의에도 불참해 신상변화를 강하게 시사했기 때문이다.
조 최고위원은 특히 이날 탈당설 보도에도 일체 반응을 보이지 않은채 이번 주말께 미국에 유학중인 아들의 졸업식에 참석키 위해 출국할 것으로 알려져 탈당을 더욱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국민당 관계자들은 조 최고위원이 탈당후 민자당에 입당할 경우 치명적인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당에 대한 불만표시 및 당내 입지강화용일지 모른다며 희망섞인 관측도 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조 최고위원이 민자당으로 간다면 김영삼대표는 공작정치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이런 역기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김 대표측에서 대통령후보 선출 직후에 무리수를 두겠느냐』며 「유리한」 분석을 하기도 했다.
국민당은 이에 따라 조 최고위원에 대한 진무작업에 전력을 쏟는 한편 「만일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연쇄 탈당 등 당선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대책마련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한편 양순직고문도 이날 최고위원·고문단 회의에 불참,당운영에 대한 불만을 간접 표시했으며 송영진당선자(당진) 등 일부 지역구 당선자도 탈당을 검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이유식·정광철기자>이유식·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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