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대학사회 「3각협조」 절실/국고보조·재단전입금등 “유명무실”/10년이상 「수혈」 없으면 학문 황폐화/기업도 첨단연구활동 지원등 기부금 대폭 확대를우리나라 대학의 각종 교육지표가 국제수준에 크게 뒤떨어져있는 가장 큰 이유는 대학재정이 양적인 팽창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공립·사립대를 막론하고 모든 대학이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어 대학발전을 모색하기는 커녕 현상유지조차 힘겨운 실정이다.
대학의 재정난은 교육의 질 저하와 연구기능의 약화를 심화시켜 첨단과학·기술의 개발과 교육은 엄두도 내지 못할 뿐아니라 고등교육기관으로서 최소한의 기능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해방이후 우리나라 대학교육은 양적으로는 엄청난 발전을 거듭해왔다.
91년 현재 인구 1만명당 대학생수는 4백7명으로 일본(88년 현재 2백12명) 영국(87년·1백91명) 등을 제치고 미국(88년·5백44명)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와 대학과 사회가 이에 상응하는 계속적인 교육투자를 소홀히 한 결과 대학은 만성적인 재정난에서 헤어나지 못해 교육의 질과 여건은 후진국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학재정은 크게 등록금 정부 보조금 재단전입금(사립대학의 경우) 기부금·수익사업이익 등으로 구성된다.
각 요소들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어야만 대학재정은 건실해진다.
연세대 송재교수(경영학)는 『사립대학의 바람직한 재정구조는 학생들의 등록금과 나머지 요소들의 구성비율이 50대 50을 이루는 것이라며 『대학재정의 왜곡된 구조 개선이야말로 대학을 살릴 수 있는 요체』라고 강조했다.
대학교육의 75%를 담당하고 있는 사립대학의 91년도 수입재원 구성비를 보면 등록금이 70∼80%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재단전입금은 15%,정부보조금은 1%에 불과한 실정이다.
국립대의 경우도 정부보조금은 60%이고 등록금이 34%이상을 차지한다.
미국 국립대 재정의 등록금의존율은 14.5%(85년 현재),일본은 10.1%(83년),프랑스는 1.8%(82년) 등으로 우리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때문에 대학은 재정난 타개를 위해 정부보조금의 확대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해마다 「대학의 재정난 해소를 위한 건의서」를 채택,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대교협은 지난해 건의문에서 『92년도 정부예산에 국립대 특별보조금 5백억원과 사립대 경상비 보조 2천억원 등 2천5백억원을 계상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재정난 갈수록 악화
그러나 92년도에 확보된 것은 국립대의 경우 인건비 시설비 운영비 등 전체예산이 5천2백10억원으로 91년보다 18% 늘어났을 뿐 특별보조금은 반영되지 않았다.
사립대에 대한 지원도 시설·설비확충지원금을 91년보다 1백억원 늘려 3백억원으로 책정하는데 그쳤다.
우리나라 경제에 있어 공교육비의 비중은 정부예산의 20% 수준으로 상당히 높은 편이나 GNP대비는 3.3%에 불과,외국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대학교육에 투자되는 공교육비는 전체 교육예산의 10%에도 못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고려대 김희집총장은 『현재 대학재정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어 대학교육이 파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강조하고 『빈약한 재정에서 비롯된 만성적 투자부족으로 대학이 연구·교육의 기본적 기능마저 수행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탄했다.
『앞으로 10년만 이 상태가 지속되면 대학은 치유불능의 상태가 될것』라고 진단한 김 총장은 『정부가 사립대학 재정의 10%까지는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재정지원이 낮은데 대한 불만은 사립대학에서 특히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
연세대 박흥수 기획처장은 『현행 교육부의 대학정책은 큰 모순을 갖고 있다』며 『입시·인사·행정 등 모든 대학정책을 학교의 수준이나 국·사립에 관계없이 평준화 무차별주의로 시행하면서도 유독 재정문제는 국·사립을 구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처장은 『정부가 대학교육의 공적개념을 유지하려면 국립대학에 대한 정부지원만큼의 재정지원을 사립대학에도 해줘야 한다』며 『그렇지 못할 경우 사립대학에 학생선발 인사등에 대한 자율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자부담원칙」이라는 대학재정의 개념규정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있다.
대교협은 『의무교육이 아닌 고등교육이기 때문에 수익자인 학생만이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는 교육의 기회균등을 크게 훼손시킬 수도 있다』고 밝혔다.
고려대 이재창 기획처장은 『학생이 1차적인 수익자이지만 진정한 의미의 대학교육의 수익자는 국가와 국민』이라며 『이같은 맥락에서 대학재정의 20∼30%를 국가가 부담하는 것은 극히 자랑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의 대학재정난이 전적으로 정부의 지원부족때문만은 아니다. 그동안 대학은 스스로의 발전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했으며 또다른 수혜자인 기업도 대학에 대한 투자를 외면해온 것이 사실이다.
○전입금 활성화 빨리
사립대학의 재단전입금 비율은 정부보조금만큼 미미한 실정이며 재단이 교육을 볼모삼아 대학을 자산증식의 수단으로 치부해온 측면도 부인할 수 없다.
조선대 수원대 세종대 인천대 등 많은 사립대학의 족벌재단은 학교운영을 전횡,학내분규의 불씨를 제공했었다.
교육부가 작성한 「90년도 전국사립대학 재단전입금 현황과 각 대학예산중의 비율」에 의하면 사립 51개 종합대의 평균재단 전입금 비율은 14.5%,이중 10% 미만은 32개교,20% 미만 대학은 43개교를 기록,재단전입금이 학교재정에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익대 총학생회는 최근 재단이 전입금을 한푼도 내놓지 않고 등록금만 인상한다며 재단퇴진투쟁을 벌이고 있다.
학생들은 『재단전입금을 전혀 내놓지 못하는 재단은 대학을 기본적으로 유지시킬 능력이 없기 때문에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단측은 이에대해 퇴진의사를 밝히면서도 『교육재정을 재단이 도맡는 시기는 지났다』며 『기여입학제 등 재단운영활성화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현실에서 재단측의 고충도 크다』고 말하고 있다.
중앙대 총학생회도 『현 재단이 지난 87년 대학을 인수하며 기존 채무의 변제와 매년 2백억원 이상의 시설투자를 약속했으나 지금까지 투자한 실제 액수는 90여억원에 불과하고 당초 병원건립용으로 지정된 학교부지를 재단이 무단 매각하는 등 부동산 투기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국대의 경우 조계종으로부터 받은 땅이 전국적으로 1천7백38만7천여평에 달하고 있지만 오대산일대의 4백50만평 등 거의 모든 땅이 국립공원이나 상수원보호지역,그린벨트 등으로 묶여 있어 대학재정에 보탬을 주지 못하고 있다.
올 예산을 1백50억원으로 책정한 성신여대의 재단전입금은 4%정도. 이 대학도 서울근교에 38만평의 땅을 갖고 있으나 그린벨트에 묶여 있어 「그림속의 떡」인 셈이다. 지난해 부정입학사건으로 정부보조금을 받지못한 성균관대는 봉명그룹이 재단운영에서 손을 떼 올해 등록금의존율이 87%선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재단운영이 비교적 건실한 연세대는 세브란스병원 수익금과 건물임대료 등으로 등록금의존율을 60% 내외로 줄이고 있다.
○학교서도 자구책을
고려대는 4백50만평의 땅이 있지만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어서 재정확보의 방법으로 기존의 시청각교육원을 확대,CATV교육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명지대 이영덕총장은 『총장에 취임하자마자 제일 먼저 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매각,수익용 빌딩을 짓자고 건의했다』며 『대학재정난을 다소라도 풀수 있는 길은 「돈」이 될수 있는 수익용 사업을 벌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재단이 할 수 있는 수익사업은 도덕적,법적으로 많은 규제가 따르게 때문에 막상 사업을 하려 해도 마땅한 대상이 없다는 것이 대학측의 푸념이다.
김종운 서울대 총장은 『오늘날 대학교육의 여건개선을 위해 대학과 정부,사회가 적극적인 재원확보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기존의 국가예산틀을 바꾸기 어려울 경우 ▲대학발전기금 조성을 위한 「고등교육공채」발행 ▲일정비율의 세제잉여금 또는 토지개발이익환수금의 대학교육재원으로의 전환 ▲대기업의 대학기금유치를 위한 세제상 혜택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총장은 또 『대학재정에 특별회계제도를 도입,세출에 신축성을 확대하고 국·공립대의 경우 단계적으로 특수법인화를 시도,대학운영의 자율성확보와 아울러 각 대학나름의 자주적 발전노력을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별취재반
설희관 차장·유승우·김철훈·고태성·남대희·이태희·이성철 기자(사회부) 오대근 기자
◎“공교육비 지출예산 2배로 늘려야”/충남대 오덕균총장이 밝힌 「타개책」/등록금 차등책정·경직된 회계감사 개선도
국·공립대 총장협의회(회장 경북대 김익동총장)는 지난 26일 상오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21세기를 향한 한국 국·공립대학의 진로」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국·공립대학의 발전방안을 논의했다.
충남대 오덕균총장의 「대학재정난 극복방안」이란 제목의 주제발표내용을 요약한다.
대학교육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1인당 국민소득이 6천달러인 국가의 위상에 걸맞도록 현재 GNP대비 3%수준의 공교육비지출을 선진국수준인 6%까지 확대해야 한다.
또 21세기에 대비한 기술개발이 중요한 국가적 과제이므로 대학에 대한 연구비지원을 대폭 늘리고 현재 정부출연연구소 위주의 지원정책을 대학연구소에까지 넓혀 나가야 한다.
대부분의 대학이 전공계열을 무시하고 등록학점단위에 관계없이 등록금을 산출하고 있는데 교육수혜의 정도에 따라 등록금을 차등화시키는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
산학협동을 활성화하고 지속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산학협동을 개발하고 조정하며 각종 재원을 관리할 수 있는 협의체 구성이 정부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기업이 산학협동에 출연하거나 지출한 경비에 대해서는 손비처리 등 보다 많은 세제상 혜택을 주어야 한다.
기부금과 교육성금은 대학이 확보할 수 있는 대표적인 민간재원이다.
대학은 동창회,사회단체,기업가,독지가 등으로부터 기부금이나 교육 성금을 적극 유치해 활용해야 한다.
대학의 예산운영이 대학의 특성에 맞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회계 및 감사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대학의 특성을 무시한채 현재 대학에 적용하고 있는 형식적이고 경직된 회계 및 감사제도는 대학을 더욱 황폐화시키고 대학간의 갈등을 불러 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국립대의 경우 교육비 총액의 81% 정도를 경상비로 지출하고 나머지는 시설비,재산취득비,도서비,수선비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경상적인 지출 81%도 경직성 경비인 인건비가 57%,운영비가 24%나 된다.
따라서 정부는 세부적인 항목을 지정해 편성하는 현재의 국립대 예산제도를 총액편성제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대학의 재정은 대학의 특성과 학생의 교육적 필요를 감안,합리적이고 발전지향적으로 배분해야 한다. 대학교육비를 배분함에 있어서도 초·중등교육비를 배분할때 적용하는 기준인 교육차이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즉 전공계열별,학위과정별 학생당교육비 차이도를 설정하고 이를 근거로 가중학생수를 산출,이에따라 대학교육비를 학교별로 배분하는 것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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