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조시대의 왕릉이 무색하다. 수백평에서 심한 경우는 3∼4천평이나 되는 묘역에 설치한 어마어마한 분묘와 묘비석 등 석물들은 호사스러움이 극에 달했다. 엊그제 보사부가 적발해 설치자의 명단과 함께 발표한 91기의 불법 호화분묘의 일부 실상을 TV카메라와 신문의 보도사진을 통해 본 국민들은 그래서 망연자실했을 것이다. 더구나 그린벨트를 훼손하고 농지를 불법 전용해 호화분묘를 설치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자신의 행동이 떳떳하지 못한 것임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이었다.공직에 있을때와 공식석상에서는 사회정의를 말하면서 말썽이 날 것이 뻔한 호화분묘를 꾸미는 속셈과 배포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불법 호화분묘 설치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을 따져본다면 고발돼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백만원 이하의 벌금형」밖에 과할 수 없을 만큼 벌칙 규정(매장 및 묘지에 관한 법)이 현실에 맞지 않게 경미한 현행 법의 미비에 1차적인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원인은 일선 행정기관이 호화분묘를 설치할 정도의 사람들에게는 그나마의 처벌법 적용도 제대로 할 수 없을 만큼 무력하다는 것과 남의 묘지를 함부로 손댈 수 없다는 유교윤리 때문에 「행정 대집행법」을 원용해 철거를 강행하기 어려운 현실의 벽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불법 호화분묘를 근원적으로 뿌리뽑자면 법이 정한 분묘면적(3평)과 묘지면적(9평)을 초과하는 어떠한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벌금형보다는 징역형 위주로,철거명령 거부때는 행정력이 강제 철거하는데 대한 국민적 합의를 새로이 얻어내 처벌법규를 대폭 강화해야 하고 그 법의 적용을 엄정하고 공평하게 해야 된다고 본다.
명단이나 공개하고 벌금이나 물리는 식의 여론보기 행정으로는 해결될 일이 아닌 것이다.
어찌됐건 이제 우리의 묘지문화는 일대 개혁을 더이상 늦출 수 없는 시점에 와 있다. 늦으면 늦을수록 사태가 악화되는 사회현안이 돼버린지 오래인 것이다.
1천8백61만기가 넘는 묘지가 차지하고 있는 면적이 전국토의 1%에 가까운(0.95%) 9백39.6㎢나 되고 해마다 여의도(8㎢)의 1.3배가 묘지화하고 있다. 이 좁은 국토에서 가뜩이나 포화상태인 과밀인구가 사는 문제와 직결되는 발등의 불과 같은 난제가 바로 묘지문제인 것이다.
아직도 19.5%밖에 안되는 화장률을 일본(96%) 태국(90%) 정도까지는 어렵겠지만 영국 수준(60%)으로라도 끌어올리고,분묘면적 최소화와 공원·공동묘지의 시한부매장제(15년) 확산으로 묘지의 국토잠식을 줄이고 국토의 효율적인 관리와 개발로 전환하는데 국민적 지혜를 모아야 할 때가 온 것이다. 호화분묘나 간헐적으로 적발해 호도할 일이 아니다. 보사부는 분묘제도를 본격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언제까지 타령만 하고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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