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독일의 합동군이 「유럽군」의 모체가 될 「유럽군단」을 발족시킨다고 22일 양국이 발표했다. 3만5천명 규모로 구성될 합동군은 95년 10월부터 공동방어,평화유지,인도적 구호업무 등 임무수행에 들어가기로 예정돼 있다. 숙적관계의 역사로 보아 도저히 융화할 수 없을듯이 보이던 두 나라가 군사적 연합까지 이루는데서 우리는 또 하나의 큰 시대적 전환을 본다. ◆알퐁스 도데의 소설 「프랑스의 요정」에 나오는 재판장과 피고의 대화에는 독일인에 대한 프랑스인의 증오가 역력히 나타난다. 「피고의 직업은?」 「난 요정이요」 방청객,재판장까지도 웃었다. 피고는 외친다. 「난 마지막 남은 요정이요. 프랑스의 요정은 환경의 변화로 모두 죽었습니다. 우리들이 건재했더라면 프랑스땅에 침입한 독일군은 한 명도 살아돌아가지 못했을거요!」 ◆프랑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독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통독과정에서 드러났듯이 독일에 대한 두려움이나 공포를 가지고 있다. 보불전쟁과 세계 1·2차대전에서 가공할 독일의 군사력에 의해 유린된 과거를 가지고 있는 만큼 그러한 정서가 뿌리깊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전쟁을 겪은 세대일수록 증오심이 깊다. 그러나 두 나라가 영원히 적대관계에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앙드레 시그프리트는 일찍이 「서구의 정신」에서 「유럽없이 프랑스는 존재하지 않지만 그 이상으로 프랑스없이 유럽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독일에 대해서도 「그 곳은 문명의 전통에 의해서 본질적으로 가장 유럽적인 곳」이라고 평가했다. 프랑스와 독일이 같은 바탕에서 융화할 수 있음을 예고한 것이다.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양국의 융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유럽군단의 출현을 보고 극동군단을 꿈꿀 수 없는 우리 처지가 안타깝다. 동북아없이 한국이 존재하기 어렵지만 그 이상으로 한국없이 동북아도 존재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가질 때가 올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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