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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2.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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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독일의 합동군이 「유럽군」의 모체가 될 「유럽군단」을 발족시킨다고 22일 양국이 발표했다. 3만5천명 규모로 구성될 합동군은 95년 10월부터 공동방어,평화유지,인도적 구호업무 등 임무수행에 들어가기로 예정돼 있다. 숙적관계의 역사로 보아 도저히 융화할 수 없을듯이 보이던 두 나라가 군사적 연합까지 이루는데서 우리는 또 하나의 큰 시대적 전환을 본다. ◆알퐁스 도데의 소설 「프랑스의 요정」에 나오는 재판장과 피고의 대화에는 독일인에 대한 프랑스인의 증오가 역력히 나타난다. 「피고의 직업은?」 ­「난 요정이요」 ­방청객,재판장까지도 웃었다. 피고는 외친다. 「난 마지막 남은 요정이요. 프랑스의 요정은 환경의 변화로 모두 죽었습니다. 우리들이 건재했더라면 프랑스땅에 침입한 독일군은 한 명도 살아돌아가지 못했을거요!」 ◆프랑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독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통독과정에서 드러났듯이 독일에 대한 두려움이나 공포를 가지고 있다. 보불전쟁과 세계 1·2차대전에서 가공할 독일의 군사력에 의해 유린된 과거를 가지고 있는 만큼 그러한 정서가 뿌리깊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전쟁을 겪은 세대일수록 증오심이 깊다. 그러나 두 나라가 영원히 적대관계에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앙드레 시그프리트는 일찍이 「서구의 정신」에서 「유럽없이 프랑스는 존재하지 않지만 그 이상으로 프랑스없이 유럽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독일에 대해서도 「그 곳은 문명의 전통에 의해서 본질적으로 가장 유럽적인 곳」이라고 평가했다. 프랑스와 독일이 같은 바탕에서 융화할 수 있음을 예고한 것이다.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양국의 융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유럽군단의 출현을 보고 극동군단을 꿈꿀 수 없는 우리 처지가 안타깝다. 동북아없이 한국이 존재하기 어렵지만 그 이상으로 한국없이 동북아도 존재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가질 때가 올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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