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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 사태와 언론/방콕 최해운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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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 사태와 언론/방콕 최해운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2.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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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국민들은 유혈사태란 엄청난 희생을 치른 끝에 군출신의 수친다 총리를 쫓아내는 민권승리를 거두었다.이번 태국사태를 취재하면서 『어쩌면 그렇게도 12년전 우리가 경험했던 광주민주화운동과 비슷한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집권을 노리는 신 군부와 민주화 세력간에 서로 맞붙었다는 싸움의 기본 성격이 우선 같다. 공교롭게도 유혈진압이 발생한 5월18일까지도 똑같다.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고 신 군부는 민주화세력의 요구를 들어주는 척해 일단 시위를 잠재운뒤 정예전투부대를 내세워 무차별 발포 등 강경진압에 나선 전술도 유사하다. 시위자를 체포해 웃옷을 벗긴뒤 손을 뒤로 묶어 군트럭에 고개를 숙이게 해 끌고가는 모습이라든지,사망자가 수천명에 이른다는 등 유언비어의 난무,야당 지도자의 검거선풍과 폭동배후에는 불순분자내지는 공산분자가 있다는 군부의 주장 등등 놀라우리만치 비슷한 점이 많다.

그러나 태국사태와 광주민주화운동간에는 분명 다른 점이 있기 때문에 태국사태는 성공했고 광주사태는 실패한 것이란 판단이 든다.

가장 다른 점은 시위사태를 보도하는 언론의 역할이었다. 광주사태 때는 계엄하에 있었기 때문에 우리나라 언론은 검열이라는 신 군부의 강압적 통제로 인해 광주에서 일어나는 정확한 상황을 국민에게 알려줄 수 없었다.

그러나 태국사태에서는 우리와 달랐다. 군부가 사실상 운영하고 있는 TV와 라디오 방송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신문들은 군부의 끈질긴 압력과 협박을 물리치고 시위 상황을 국민들에게 그런대로 소상하게 전하는데 충실했다. 유력지인 더 네이션지 등 3개 신문에 발행중지명령이 내려지고 군인들이 신문·방송사를 에워싸고 협박해도 언론인들은 이를 이겨내고 자신들에게 주어진 사명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던 용기가 돋보인다.

언론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야 사태는 국민이 원하는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 소련사태에서는 군부가 언론을 통제하지 않아 정권탈취에 실패했고 광주사태 천안문사태 버마민중봉기는 언론이 입을 다물었기 때문에 민주화 요구는 군대에 비참하게 무릎을 꿇어야 했다.

태국사태는 언론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다시 한번 인식케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그래서 우리의 언론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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