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투기와의 싸움은 언제나 똑같은 양상을 보여줬다. 투기가 과열,경제를 삼켜 버릴 때에 초강경의 규제조치로 족쇄를 채우고 이에 따라 투기가 진정,부동산시장이 침체하면 다시 규제를 풀어 투기재연의 장을 마련해줬다.말하자면 정부의 부동산투기 대책은 투기가 기승을 부리면 나타났다가 잠잠해지면 사라져 마치 투기와 숨바꼭질하듯 했다. 정부가 오는 7월1일부터 단행키로한 이번의 5·8 부동산 억제대책 완화에서 우리는 관행의 반복을 본다. 90년 5·8조치는 광란의 부동산투기에 제동을 걸기위한 비상조치. 50대 재벌그룹의 부동산취득을 전면 동결하고 또한 투기의 목적이 있는 것으로 간추된 「비업무용 부동산」을 강제로 처분토록한 이 조치는 헌법상의 사유재산권 보장에 위배되는 초법적 「과잉철퇴」라는 불만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투기는 억제돼야 한다는 국민적 컨센서스에 묻혀 침묵했다. 이 5·8조치는 결과적으로 그 취지대로 부동산투기를 억제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89년 32%로 폭등했던 전국 지가는 평균 90년 20.6%,91년 12.8%로 앙등세가 꺾이었고 올해 들어 1·4분기에는 0.43%로 제자리 걸음을 했다. 그런데 정부는 5·8조치 두 돌에 즈음해서 이것을 1년 더 연장키로 하면서 규제를 대폭 완화,사실상 무력화시켰다.
50대 재벌에 대해 실시해왔던 부동산 신규 취득조치를 환골탈태 ▲유통업과 운수·창고업의 물류시설 ▲수도권과 대구·부산·광주·대전 등의 공동집배송단지 ▲분당 등 5개 신도시의 백화점·쇼핑센터·버스정류장 등 생활편익시설 ▲기업연수원 등에 대해서 새로 토지를 매입하는 것을 허용키로 했다.
또한 5·8조치 이전에 취득한 토지중 상업용 건축물이 아닌 경우 건축을 허용하고 사원용 공동주택도 현재 18평 이하만 허용되고 있는 것을 25.7평까지로 확대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우리나라 경제가 재벌중심주의라는 것을 재확인 해준 것이다. 분당 등 5개 신도시의 경우만해도 주민들의 입주시작으로 백화점,버스정류장,병원 등 생활편의시설의 조속한 설립과 가동이 시급한 여건인데 재벌기업들의 참여 없이는 불가능한 실정이다. 정부의 5·8조치 완화는 이러한 현실성을 감안한 정책의 신축성 운영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50대 재벌기업들에게는 투기의 기회가 다시 찾아온 것이다.
정책의 신축성은 필요불가결하다. 그러나 신축성이 임시 방편으로만 이용된다면 그 정책은 결국 사문화가 된다. 우리는 부동산억제 대책이 시행착오의 악순환을 되풀이해온데 대해 이 고리를 차단할 수 있는 창의적인 정책이 없는가를 묻고 싶다. 50대 재벌기업들이 건전하다면 이러한 고민은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투기재연 방지에 여신관리규정의 활용이 요구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