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에 가상적까지 소멸/유러군단 창설로 돌파구 모색【파리=한기봉특파원】 군사력에 바탕을 둔 냉전의 세계 질서가 무너지면서 전통적 무기수출 강국인 프랑스 군수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무장해제 당하는 군수산업」최근 프랑스 언론들이 국가의 중추산업으로 육성돼온 방위산업의 어두운 현실과 비관적 장래를 진단하는 비유이다.
미라지전투기,엑조세미사일 등 첨단군사 과학기술로 세계 3위의 무기수출국이 된 프랑스의 관련산업은 40여만명을 고용하고 있어 군수산업의 퇴조는 실업률을 더욱 높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군수업체에서는 「공황」 「고철사업」이라는 말이 나오며 최소한 10만여명의 일자리가 위협받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 대만정부에 대한 최신형 미라지전투기 20005기종 1백20대(80억프랑) 판매문제를 두고 이를 원하는 국방부와 북경정부의 입장을 고려,반대하는 외무부사이의 불화가 국민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는데서도 잘 감촉되고 있다.
프랑스 군수산업이 타격을 받는 것은 유럽의 최대 가상적인 소련의 해체와 동구의 민주화변혁,베를린장벽의 붕괴 등으로 전쟁가능성에 대한 군사력의 대비태세가 경감된데다 그동안 무기의 공급 역시 과잉됐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최근 피에르족스 프랑스 국방장관이 발표한 국방력 재편성 방침은 지상군의 4분의 1 감축,국방계획의 수정 등을 담고 있어 가뜩이나 위축되고 있는 프랑스 군수산업체의 앞날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게 됐다.
프랑스 군수산업체들은 그동안 생산량의 60%가량은 중동국가에 수출,중동의 하늘과 땅을 프랑스제 무기로 덮어오면서 오일달러를 획득해왔다. 중동국가간에 같은 프랑스제 무기로 열전을 벌이기도 했다.
무기시장의 호황은 그러나 80년대 중반이후 공급과잉으로 수출량이 감소,84년 1천억프랑(약 14조원)에서 86년에는 2백50억프랑으로,지난해에는 3백30억프랑으로 떨어졌다.
미라지전투기를 생산하는 다소사는 86년 처음으로 8백명을 감원했으며 방공무기 생산업체인 톰슨사는 90년에 4천명을 감원해야 했다.
게다가 보다 치열해진 세계무기시장의 경쟁은 엄청난 첨단기술개발비와 외교적 수단을 요구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 90년 한국정부가 다소사의 아틀란티크기 대신 미국 록히드사의 해상초계기를 선택한 것은 미국정부의 압력이 개입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렉스프레스지는 최근호에서 『부시 행정부가 중동지역의 군축을 호소한 이후 미국은 2백억달러에 달하는 무기를 중도에 수출했다』고 비난하는 프랑스 군수산업체 책임자의 불평을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정부가 국방력 중장기 수요에 대한 정밀한 계획을 밝혀 군수기간산업이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하며 군수산업체간 협력과 분업도 필수적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유럽 주요국가들이 공동의 국방정책을 수립,실행하는 것 뿐이며 그것만이 미국에 맞서 유럽의 군수산업을,나아가 유럽을 살리는 길이라고 밝히고 있다. 불독 합동군 창설은 이런 점에서도 의미가 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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