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유럽 안보통합 유도 “압력용”/독­불 통합군 창설합의 의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유럽 안보통합 유도 “압력용”/독­불 통합군 창설합의 의미

입력
1992.05.24 00:00
0 0

◎“미 주도의 나토탈피” 상징행동/지휘권 독립안돼 독자활동엔 한계【베를린=강병태특파원】 22일 독불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독불 통합군단」 창설합의는 미국주도 나토(NATO)의 틀을 벗어난 통합유럽의 안보정책 통합을 이루기 위한 상징적 행동으로 평가되고 있다. 즉 「독불 통합군단」이나 이를 근간으로 추진하고 있는 「유럽통합군단」 등 실재적 군사조직형성 목적보다는 미국과 영국 등 「대서양 동맹주의자」들의 나토중심 안보론에 맞서 서유럽 독자적인 안보정책 통합을 모색하고 있는 「유럽 통합주의자」 독일과 프랑스의 캠페인적 성격이 짙은 것으로 분석된다.

양국은 오는 95년까지 병력 3만∼3만5천명의 독불 통합군단을 창설키로 하고,그 기간조직이 될 통합참모부를 오는 7월1일 독일접경의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양국 관계자들은 통합군단이 프랑스군 제1기갑사단과 바덴뷔르뎀베르크주 지그마링겐에 있는 독일군 제10기갑사단을 주축으로 창설될 것이란 구체적 계획까지 제시했다. 이 2개사단 병력외에 89년 창설된 4천2백명 규모의 독불 통합여단도 함께 편성될 예정이다.

양국은 이 통합군단을 유럽통합군단으로 확대할 계획인데 여기에는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페인 등이 동조하고 있다.

한편 양국은 독불 통합군단 및 유럽통합군단 논의와 관련한 논란의 핵심인 지휘권 문제에 관해서는 일단 나토고수론과 타협한 과도적 노선에 합의했다.

즉 양국 통합군단은 나토지역내의 군사 임무수행시 나토의 통제를 받도록 하고,장래의 유럽통합군단도 현재 실질적으로 나토가 군사임무를 대행하고 있는 EC의 안보기구인 WEU(서유럽연합)의 군사기구로 삼기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통합군단에 배속된 독일군은 평상시 그대로 나토지휘권아래 두기로 합의했다.

이는 지난 65년 나토 군사조직에서 탈퇴한 프랑스가 양국 통합군과 유럽통합군을 나토와는 완전히 독립적인 「유럽연합」의 군사조직으로 만들 것을 주장해온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타협적인 것이다. 서유럽 독자 안보체제를 앞장서 추진하면서도 미국과 영국의 우려와 견제를 무마해야 하는 입장인 독일의 콜 총리는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을 설득하는데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양국은 나토의 권위를 일단 인정하는 대신 WEU를 매개로 나토와 장래의 유럽연합 사이의 이른바 공백지역에서 서유럽 독자적인 안보군사동맹의 기반을 찾고 있다. 즉 유럽통합군의 임무를 나토지역내에서의 군사임무 외에 나토지역을 벗어난 전 유럽에서의 평화유지 및 회복활동과 분쟁지역에서의 유럽국민 철수·난민구호 등 인도적 군사활동 등으로 규정했다. 여기에는 프랑스와 스페인이 요구한 지중해 연안에서의 아랍강경국과의 분쟁에의 개입도 상정돼 있다.

그러나 이같은 복잡한 지휘권 조정 및 활동영역 규정 등은 현실적으로 큰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독일 언론들은 독일군이 나토의 지휘통제체제에 편입돼 있고 수송군수체제도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독불 통합군단의 독자적 활동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 퇴임하는 존 갤빈 나토군 사령관도 지난 20일 프랑스 의회에서의 고별연설에서 『나토가 없이 유럽은 움직일 수 없다』고 천명,독불 양국의 독자 군사활동의 한계를 꼬집었다.

유럽통합군단 계획이 목표하고 있는 「공백지역」 개척 즉 나토지역외의 개입도 독일의 헌법상 제약이 남아있는 한 불가능하다. 독일군의 나토지역외 파병을 위한 헌법재정을 저지하고 있는 야당 사민당은 22일 콜 총리와 미테랑 대통령의 통합군단 창설합의를 『유령을 위한 결정』이라고 규정했다.

콜과 미테랑이 「유령」을 위한 합의를 천명한 의도는 지난해 마스트리히트 EC 정상회담에서 실질적 진전을 이루지 못한 외교안보정책 통합을 위한 압력을 강화하는데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양국 정상은 마스트리히트 회담을 앞두고 영국과 네덜란드가 미국의 나토고수론에 가담,나토영역 확대를 위한 신속배치군 창설을 제안하자 전격적으로 독불통합군 구상을 내놓아 독불의 독자동맹 형성에 대한 위협감을 조성,유럽안보정책 통합원칙에 동의하도록 했었다.

따라서 이번에 이 독불 통합군 계획을 보다 구체화시킨 것은 과거 유럽국가들이 상징적 군사동맹을 외교게임의 수단으로 삼았던 것과 같은 맥락에서 평가되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