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대학내 비밀경찰 상주 등/학생들 동향파악 강화【홍콩=유동희특파원】 6·4 천안문사태 3주년이 다가옴에 따라 신경을 곤두세워 온 중국의 공안당국이 「불온」학생 감시명목으로 북경대 캠퍼스내에 사무실을 설치,본격적인 학생 동향파악에 나섰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지가 최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달 초순 북경대 구내방송대학에서 소수민족 출신의 한 학생이 칼에 찔려 숨진 사건이 발생한후 비밀경찰의 지휘소(CP)가 대학캠퍼스안에 세워졌다는 것.
이 사건은 캠퍼스내에서 열린 댄스파티를 기웃거리는 인근 불량배들과 대학생들 사이에 패싸움을 벌인 끝에 빚어진 참극이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이 사건을 공안당국은 빌미로 삼았다. 당국이 이 사건을 「인화성」이 강한 것으로 주목하며 서둘러 조치에 들어간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피해자가 사천성의 소수민족 출신이라는 점에 공안당국은 크게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북경에서 공부하는 소수민족 출신의 대학생들이 이 사건을 계기로 삼아 반한·중시위를 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수민족 출신의 대학생들은 체제에 대한 불만이 동료 한족학생들에 비해 강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6·4사태 당시에도 초기의 분열양상을 극복하고 학생운동의 방향성을 제시한 학생지도자는 바로 소수민족인 위구르족 출신의 우어카이시였던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다른 또 한가지 이유는 이 사건이 「비정치적」 학생집회 혹은 시위로 발전될 수도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학내문제(이번 경우에는 학내 치안)를 통해 당국의 경계를 받지 않으면서 학생의 힘을 결집시킨뒤 정치적 슬로건을 내세우는 것은 중국학생운동에 있어 공식이나 다름없다.
6·4사태의 출발도 4월 사망한 호요방의 추모였다. 개혁을 주창하다 실각한 공산당 지도자의 죽음을 애도하다가 급기야 체제자체의 부정으로까지 이어졌던 것이다.
이런 배경문제에 공안담당 정치국 상무위원인 교석은 사건 당일 범인들을 조속히 체포하라고 직접 지시까지 내렸다.
공안당국의 우려가 기우만은 아니었던 것은 범인이 곧바로 체포됐음에도 그 짧은 시기에 방송대학 캠퍼스 곳곳에 대학당국의 치안능력 부재를 규탄하는 대자보가 나붙었다는 사실에도 방증된다.
이 사건을 전후한 학생들의 움직임이 공안당국을 크게 긴장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캠퍼스내에서 사무실까지 차려놓고 노골적으로 대학생의 동태를 감시하는 상황으로 발전한 것이다. 중국의 KGB로 불리는 국가안전부 요원들이 정치적 불안정기 때마다 학생의 동향을 감시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처럼 대학캠퍼스내에 사무실을 차려 놓고 공개적으로 감시활동을 벌이기는 중국에서는 처음있는 일이다.
안전부 요원들의 사무실은 기숙사 부근에 위치하고 있으며 외국대학생들도 감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안당국의 신경과민에도 불구하고 학생운동 지도자들은 이번 천안문사태 3주년을 조용히 지내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화된 감시활동 때문은 물론 아니다. 대학내 소요가 벌어질 경우 보수파들이 현재의 개혁을 압살하는 구실로 이용할 것이라는 개혁파의 경고 때문이다. 당분간 자제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이라고 북경대의 한 교수는 귀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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