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진로유통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92 발명특허품 유통전시회』를 찾아온 한 40대 아주머니가 전시장 바로 앞에서 『전시장이 어디냐』고 물었다.『여기가 전시장』이라는 대답에 이 아주머니는 전시장안으로 눈길을 한번 훑어보고는 『실망스럽다』는 표정으로 이내 전시장을 떠났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전시장 가까이에 변변한 안내표지판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었을 뿐 아니라 전시장안도 목에 마이크를 걸어매고 식칼로 나무토막을 자르고 있는 사람,간이 설거지틀을 갖다놓고 목이 쉬도록 사람들을 불러대는 사람,한참 들여다 보아야 용도를 알 수 있을 것 같은 「발명품」을 휘두르며 선전하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가득,전철역 계단이나 큰 길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노점상들이 한곳에 모인 모습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행사를 주최한 발명특허협회 관계자는 『훌륭한 발명을 해놓고도 판로를 찾지 못하고,광고전단조차 만들 여유가 없는 영세 발명가들을 위해 이 행사를 열었다』며 『여기에 전시된 발명품이 우리나라 발명의 수준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고 애써 설명했지만 기대를 하고 전시장을 찾아온 시민들을 납득시키기에는 불충분한 것이었다.
이들의 표정에는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발명품을 한자리에 모아 전시,판매한다더니 겨우 이 정도냐』는 불만이 역력했다. 발명가들의 표정도 마찬가지였다. 외제 자동차 한대가 새로 들어와도 호텔에서 발표회다 뭐다 난리를 치는 판에 상가 한켠에 자신들을 몰아놓고서는 『신기술 개발과 발명장려라니 기가 막히다』는 기색이었다.
물론 새로운 발명품이라고 해서 모두 상품화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바로 엊그제 요란한 발명의 날 행사를 치러 놓고서도 정작 발명가들이 기껏 개발해놓은 발명품에 대한 대접이 이 정도라면 누가 발명에 힘쓰겠느냐는 생각도 들었다.
전시장의 혼잡과 상상밖의 소란함은 결국 자신의 발명품을 번듯하게 자랑할 기회조차 없었던 발명가들의 「원풀이」가 아닐까 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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