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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휴선합시다­./김창열칼럼(토요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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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휴선합시다­./김창열칼럼(토요세평)

입력
1992.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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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들 이 모양이지?』『이 모양이라니?』

『자네 「오리공화국」 말일세』

『아,김종서시인의 「오리공화국」(92.4.11 본란),… 허라 오리공화국/선두/후비/알 바 없는 원무곡…』

『글쎄 아무리 선두도 후미도 없는 「오리공화국」이라 해도,경선을 한다고 했으면 해야지,그럴 수가 있나. 꼭 속은 것만 같애』

『그야,속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잘못이지. 오리들의 체질이나,그 사이 행태를 보아,애당초 가당치도 않은 일을 한다고 했던 것이니까,그러면 그렇지,과연 「오리공화국」이다,이래야 옳은 것 아닌가』

『하긴 경선구경 시켜달라,우리가 칭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건 다 오리의 장기를 몰라서 하는 소리야. 오리는 물위에 가만히 떠 있어도,물밑 갈퀴는 바쁘다. 미처 작심을 못한 엄지 오리가 「그럼 경선하자」하니까,큰 오리,작은 오리가,「나는 큰 정치요」 「나는 새정치요」,물위 화답만 해놓고,제가끔 갈퀴짓을 했더란 것인데,서로가 칼퀴질이 못미더워 「노심」이다 뭐다,자맥질만 하다보니 파국이 났더라 이말 아닌가. 만에 하나,오리들의 경선이 제대로 되리라 생각해서 일을 벌인 것이라면, 오리가 황새 흉내내다 가랑이 찢어진 꼴이요,겉모양이나 갖추자고 해서 아웅한 것이라면 그야말로 놀다가 애를 밴 꼴이고­』

『좌우간 「큰 정치」 「작은 정치」가 다 깨지고,대선후보에게 흠집을 냈으니,저네들이 말하는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기나 할까』

『지금까지 「노심」이 미심쩍다 했는데,이제는 「노후」가 미심쩍어 지는구먼』

『「노후」? 난 「노말」이 더 걱정인걸. 이래가지고 임기말이 무사하겠나? 절름발이 오리(레임덕)가 총을 맞은 꼴이니­』

『게다가 경제는 이 꼴이지,정치는 행불이지,대북관계는 유동적이지,대학에는 인공기가 오르지,8·15 범민족대회가 또 한 차례 시끄러울 것은 뻔하지,무역적자,총액임금의 노사분규는 막을 길이 없지…. 모르긴 몰라도,김일성 대원수는,남조선 애들이 대통령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있을까,어디 좀더 두고 보자,이러고 있을거라』

『그러니 어쩐다?』

『어쩌긴,졸라매야지』

『졸라 맨다고 될까?』

『자네들 스핀 컨트롤이란 말 아나. 부시 대통령이 지난 대선과 걸프전 때,스핀 컨트롤을 잘 했다는 거지. 번역을 하자면 회전제어겠는데,예를 들자면 팽이야. 팽이는 회전속도가 떨어지면 쓰러진다. 회전속도에 따라 고개를 흔든다. 그러면,어떻게 팽이를 원하는 곳으로 몰아 가나? 팽이채로,회전속도를 조정해야지. 이게 바로 스핀 컨트롤인데,풍부한 정보,역사인식에 입각한 전략,위기관리 능력,여론대책이 있어야 성공이 가능하다는 거야. 요컨대 이런 것을 임기말 우리 대통령에게 기대할 수 있느냐…』

『기대해야지 어쩌겠나. 혼자서 안되면,국사에 책임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달라 붙어야지. 양김을 포함해서 말이야』

『그 점은 나도 동감이야. 뭐니 뭐니해도 정치가 안정돼야 하니까』

『이렇게도 말할 수가 있겠지. 이번 경선 정국의 큰 이슈는 세대교체,양김 청산이었다,그런데 지금 경선 정국의 결말은 양김이 확실하다. 그러면 꼭 양김이 아니면 안된다는 건가? 양김이 무슨 경천위지의 신통력을 지녔나? 그들의 민주화 투쟁을 상 주자는 건가? 다 아니지. 사세가 그렇게 된 것뿐이야.

그렇다면 양김은 뭔가? 둘다 민간출신의 정치 베테랑이다. 그래서 노 정권은 30년래의 마지막 군출신 정권이 된다. 여기 세대교체론을 포개면,어떤 그림이 되나? 다음 정권도 과도정권일 수 밖에 없다는 거지. 다음 정권과 함께 세대교체가 됨으로써 민주화·문민화·선진화는 완성이 되고,우리는 그렇게 21세기로 진입한다. 「노말」의 과도기가 안정돼야 「노후」의 과도기도 안정이 된다­』

『그래서?』

『양김은 이제 투사가 아니고,이 과도기의 담당자가 된다. 그 임무는,오랜 정치경력으로 쌓은 경륜과 무게로,이 과도기에 좀 더 안정된 변화와,그 방향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양김의 존재이유라면,양김은 누가 이 일의 최적임자인가를 겨루기에 앞서,그들의 존재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어떻게?』

『먼저 양김이 합쳐 정치를 후원하는 거지. 그 후원력이 양김의 존재 증명이 된다. 이를 위한 수준도 뻔하다면 뻔하다. 둘이 합의해서 14대 국회를 당장 열어 국회 공백을 끝장낸다. 지자단체장 선거일정,14대 총선 부정의 조사,대선법 협상 등 까다로운 문제가 많지만 이런 것을 정쟁거리 삼느니,차라리 대타결해 버린다. 9월 정기국회는 어차피 대선바람속에 개점휴업이 될테니,연말까지의 국정과제를 앞당겨 처리한다. 이렇게 노숙한 정치력으로 정치의 모양 아닌,정치의 멋을 국민에게 선사한다. 그리고 여름은,그야말로 하한기답게,양김은 물론 나라와 경제와 국민이 다 함께 보신을 좀 하고,그 다음에 대선에 임하도록 한다­』

『현실 정치가 그렇게 풀릴까』

『안풀리면 큰 일이지. 양김의 존재증명은 양김 공통의 이익일테니,양김이 마다할 까닭은 없을거야. 만약에 양김이 이를 마다하거나,그들의 정치력이 존재증명에 미흡하다면,어찌 되겠나? 국민들의,경선거부 아닌 대선거부,대선투표율은 50% 이하­. 아니면 양김 대체후보 정씨­』

『그러니,지금 여·야나 양김이 할 일은,시급한 대선태세 정비가 아니라,정치 복원을 위한 휴선이야. 지금 국민들은 정치 부재가 아니꼽고,지자의원 이래의 선거열풍으로 지쳐버렸어. 그리고,지급부터 12월까지는 너무 길어. 앞으로 6개월 내내 선거열풍이 분다면,나라도 경제도 백성도 진이 다 빠져 버릴 것이 아닌가. 그러니 좀 쉬자구. 휴선하자구』

『옳아,우리 모두 휴선합시다­』<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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