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수친다」 전국시위 불당긴 장본인/청백리 대명사… 차기 총리 물망올라【방콕=최해운특파원】 방콕시민들은 지난 20일 자정을 넘긴 심야에 잠롱 스리무앙 전 방콕시장이 수친다 총리와 함께 푸미폰 국왕을 알현하는 장면을 TV로 지켜보며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지난 18일 군인들에게 체포돼 감옥에 가 있는줄 알고 있던 잠롱이 심지어는 이미 사살됐다는 풍문까지 파다하던 판이라 그가 갑자기 국왕앞에 나타난 것은 너무나 뜻밖이었다. 최근 민주화운동을 주도해온 잠롱의 국왕 알현과 곧이어 취해진 석방조치는 앞으로 태국 정치의 재편과정에서 그의 입지가 크게 강화될 것임을 예고하는 하나의 사건이었다.
수친다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며 지난 5일 단식에 돌입,대규모 반정시위를 촉발시킨 잠롱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개 야당 지도자에서 「국민의 지도자」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3월 총선에 뛰어들어 방콕시 의석 35개중 32석을 휩쓰는 돌풍을 일으켰던 그의 인기는 반수친다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전국적으로 보다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육군 소장 출신인 그가 퇴직후 연금을 사회단체에 희사하고 있을 정도로 청렴하고 검소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대중적 인기의 뿌리가 되어 있다. 집권세력인 군부정치인 관료가 한결같이 부패해 있다고 보는 태국 국민들의 눈에 잠롱은 가히 군계일학으로 비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또 누구도 감히 부딪치기를 꺼리는 거대한 빙산과 같은 군부에 도전장을 내는 용기와 결단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그가 아직은 확고한 정치 기반과 조직·재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 오직 대중적 인기라는 구름위에 떠 있는 「아마추어 정치인」의 수준에 머물러 왔다는 평가도 함께 한다.
그에게서 카리스마의 분위기는 풍기지 않는다. 또한 아직 지방 빈민층에는 그의 존재조차 알려져 있지 않다는 약점도 지니고 있다. 잠롱은 이번 민주화투쟁에 정치인으로서가 아니라 한 시민으로 참여했을 뿐이라고 스스로 말해 왔다. 그러나 수친다 총리 등 집권 군부세력은 잠롱이 시위의 선봉에서 시민들을 선동,유혈사태를 일으킨 「트러블 메이커」로 몰며 모든 사태의 책임을 그에게 뒤집어 씌우려 하고 있다.
21일 상오 자택에 돌아온 그는 시민들에게 『시위대를 이끌게 된 나의 결심을 이해해 줄 것』을 호소하면서 『체포된 후 국왕을 알현할 때까지 작은 방에 감금된채 외부와 두절돼 있어 시위도중 그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치적 명분때문에 평화적 시위자를 죽음으로 이끌어갈 생각은 없다』고 말하고 당분간 시위자제를 호소하면서 『그러나 나의 시위대 해산 호소가 결코 투쟁의 종식을 의미할 수는 없다』고 반정투쟁의 의지를 재확인했다.
재선거가 실시될 경우 잠롱이 총리직에 도전하게 될 것으로 많은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이미 대다수 국민 사이에 잠롱은 거물급 정치 지도자의 한 사람으로 그 이미지가 뿌리를 내리고 있으나 앞으로 그가 과연 권력에 접근하는 정치거목,새로운 정치스타로 떠 오를 것인지는 아직도 미지수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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