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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좀 덜가자/이행원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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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좀 덜가자/이행원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2.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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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국민 1인당 GNP는 일본의 4.7분의 1에 미칠까 말까한다. 세계은행이 90년을 기준해서 조사분석,지난 18일 공개한 세계 각국의 개발지표를 보면 일본의 1인당 GNP는 2만5천4백30달러로 스위스(3만2천6백80달러) 핀란드(2만6천40달러)에 이어 세계3위다. 우리는 5천4백달러로 26위에 머물렀다.1인당 GNP가 많다는 것이 국민들의 「삶의질」과 꼭 정비례한다고 단언할 수 야 없는것이지만 그래도 이웃나라의 내실한 국부를 숫자로 보는것 같다. 부럽다 못해 얄밉다는 심사까지 동한다.

19·20일자 일부신문의 해외토픽란에 실린 일본관계기사 하나가 또 눈길을 끈다. 일본 총리실이 3천여명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처음 실시해 18일 발표했다는 「자녀에게 기대하는 교육수준」 여론조사 결과다.

내용인즉 아들의 대학진학을 바라는 학부모는 54%,딸은 23%만이 대학가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맹목적으로 대학에 가지않는다는 일본사회풍토에 관한 애기를 익히들어왔지만 이 조사는 그것을 거듭확인해주고 있다.

우리는 어떠한가. 86·3%의 학부모들이 아들을 대학 또는 대학원까지,75·7%가 딸도 대학 또는 대학원까지 보내야겠다고 한다. 90년의 조사결과다. 87년조사때의 아들 84.5%,딸 70.4%보다 각각 1.8%,5.3%포인트 상승해 해가 갈수록 고학력 열기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국민들의 달아오른 고학력 열기는 고등교육기관 취학률(18세 인구의 고등교육기관 입학비율)에 그대로 반영돼 우리는 세계 3위란 높은 고학력 취학률을 자랑하기에 이르렀다. 세계 제1인 미국(59.6%),아르헨티나(40.8%)에 이어 세번째(39.7%)로 높다.

자녀교육에 가장 열성이라는 이스라엘(34%)을 제켰고 대학교육이 오래전에 정착된 영국(22.8%) 프랑스(34.5%) 독일(26%) 그리고 경제 부국 일본(30.1%)을 앞선지 오래다. 정말 이것을 좋다고만 해야 할 것인가.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가 자녀교육이라도 많이시켜 인적자원으로 국제경쟁에서 적자생존할 수 밖에 달리 무슨 방법이 있느냐. 그렇다면 국민들의 고학력 열기야말로 상을 주고 북돋워줘야 할 일이지 그게 왜 걱정이 되느냐면서 70년대의 경제발전의 초석이 됐던 고학력 양산을 반증으로 댈 수 있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그렇지가 않다. 그때는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의 취학율이 10% 안팎일때의 일이다. 이제는 우리의 고학력 열기는 지나쳐도 한참 지나친 것이 돼버렸다.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 수 밖에 없게된 것이다.

과다한 고학력 열기는 국민들의 마음속에 출세주의 교육관만을 심어놓아 2세교육 자체를 망가뜨린다. 초·중·고교의 교육현장이 점수따기식 입시교육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파행교육의 근원도 바로 비틀린 고학력 풍조에서 연유한 것이다.

어렵고 위험하고 더러운 일을 기피하는 소위 「3D현상」도 따지고 보면 깨끗한 사무실에서 펜이나 굴리며 편히 살아야겠다는 잘못된 출세관을 낳게한 고학력풍조 때문이다.

제조업을 비롯한 생산현장의 엄청난 기능인력 부족사태야말로 실속없는 고학력풍조가 낳은 표본적인 역기능이다.

국민들의 고학력화가 보다나은 개개인의 삶 그리고 국부와는 어떤 상관계수가 있는 것인지를 우리는 비록 얄미운 이웃 일본이지만,그들에게서 배워야 할 것 같다. 그리하여 대학을 좀 덜가고도 손해보지 않고 살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한다. 정부가 해주기만을 기다리는 것은 백년하청일 것이다. 이제는 국민들이 깨달아 행동에 옮겨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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