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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위기 방학동 8백살 은행나무/유엔무대서 “구명”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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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위기 방학동 8백살 은행나무/유엔무대서 “구명” 호소

입력
1992.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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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단체 「자연의 친구들」 대표 차준엽씨/아파트공사 “공해피해”/브라질 「환경회의」 참석 29일 출국아파트 신축공사로 고사위기에 놓여있는 서울 방학동 은행나무문제가 UN무대에 등장한다.

서울 도봉구 방학3동 546 수령 8백년의 은행나무(서울시 지정보호수 1­15호)를 구해내려고 끈질기게 싸워오고 있는 환경운동단체 「자연의 친구들」 대표 차준엽씨(43)는 세계 70여개국 정상과 환경전문가·민간환경운동단체대표 등 2만여명이 참가해 6월3일부터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로에서 열리는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이 은행나무를 예로들어 한국의 환경운동이 처한 어려움을 고발하고 국제적인 지원을 호소할 예정이다.

이 은행나무는 신동아건설이 지난 90년 11월 나무로부터 25m 떨어진 곳에 14층짜리 아파트 2동을 착공하면서 치명적 위협을 받기 시작했다. 건물이 세워질 경우 일조량이 크게 줄어드는데다 시멘트벽의 복사열로 수분이 줄어들고 지하층공사로 수맥이 끊겨 말라죽을 수 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건축허가가 난 것은 당초 환경영향평가가 나무가지가 잘리는 등 눈에 보이는 직접적인 피해만 없으면 된다는 식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었다.

차씨는 나무의 생존에 꼭 필요한 풀과 토양박테리아,벌레 등이 살 수 있는 생태계공간이 필요하다는 환경생태학적 시각에서 최소한 반경 1백m내에는 아파트가 들어서서는 안된다고 보고 건축계획 변경을 요구하며 지난해 4월15일 나무옆에 텐트를 치고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차씨의 투쟁이 알려지자 경실련·YMCA 등 각종 단체가 격려성명을 발표한데 이어 일본의 「평화의 나그네」·독일의 「베를린공대 환경경제연구소」 등 해외에서도 격려가 잇달았다.

이같은 반대여론에 밀려 서울시는 지난해 5월 이 나무를 비롯한 서울시 지정보호수 전체를 대상으로 다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배수구 설치 등 부분적 개선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신동아건설측은 지난해 7월 아파트 1개동을 당초 14층에서 2층을 낮추어 12층으로 계획을 변경했고 서울시도 지난 86년 이 나무의 뿔리를 잘라가며 신축했던 연립주택 2개동을 철거키로 했다.

차씨는 그러나 아파트 높이를 낮춰도 일조량 확보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며 아파트 지반공사과정에서 이미 지하 60m의 수맥을 건드린 상태여서 문제는 여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나무가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생태계공간인 반경 1백m의 땅이 확보되지 않는한 장기적으로 이 나무는 죽고만다고 주장한다.

주민들도 올들어서 가지끝 부분에 잎이 피지않아 걱정하고 있다.

차씨는 단기적이고 직접적인 영향만을 문제시하는 당국의 무책임한 환경정책을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국제적 압력이 절실하다고 판단,이번회의에 참가키로 했다.

이번 회의에서 소그룹활동을 통해 이 나무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계획이다.

29일 출국할 예정인 차씨는 『눈앞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우리 삶을 수만년 지켜온 분신같은 자연을 멋대로 파괴하는 풍조가 한심하다』며 『자연이 죽으면 우리도 죽는다는 생명의 진리를 알아야할 것』이라고 역설했다.<이민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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