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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에서의 남과 북/김영작 국민대·국제정치학(목요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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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에서의 남과 북/김영작 국민대·국제정치학(목요진단)

입력
1992.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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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18일 이틀에 걸쳐 동경에서 「한반도 통일에 과한 국제학술 심포지엄」이 열렸다.(환태평양 문제연구소 시천정명 소장 주최) 남북한은 물론 일본 미국 러시아 중국으로부터 학자 정치인 전·현직 정책담당자들이 다수 참석하였다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관심을 모은 것은 공노명 외교안보 연구원장과 최우진 북한군축·평화연구소 부소장의 발표와 토론이었다. 발표논문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 두사람은 각기 남북고위급 회담의 공식대표(군축분야)여서 비록 민간차원의 회의이긴 하지만 자연히 동경으로 무대를 옮긴 남북회담의 성격을 띠고 있었고 더욱이 학술토론의 장을 빌려 공식회담에서는 하기 어려운 몇가지 기본적인 문제에 대한 자기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이번 회의에서 제기된 주요쟁점과 인상을 간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성숙돼 보인 북의 자세­

우선 지적할 수 있는 것은 회의에 임하는 북쪽 대표들의 자세가 매우 성숙해졌다는 점과 그 덕에 예년에 비해 회의가 매우 점잖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작년만해도 북쪽 참가자들은 그리 중요하지도 않은 쟁점이나 당연히 있을 수 있는 논리적 비판에 대해서도 화를 내거나 「퇴장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아 빈축을 사는 일이 여러차례 있었다. 그런데 이번 회의에 참석한 북쪽인사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화를 내는 일이 없었다.

체제의 성격 정책 그리고 경제양상 등에 관해 매우 듣기 거북하고 자존심을 건드리는 지적이 나와도 필요 이상의 반론이나 논쟁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예컨대 이번 회의에 앞서 두만강 개발을 위한 평양회의에 다녀온 일본인 학자가 「사회주의를 지키자! 지키면 살고 못지키면 죽는다!」라는 슬로건을 보고 느낀 위화감을 말한뒤 개방의지와의 부조화를 지적하며,북쪽의 반응을 물었을때도 그저 침묵으로 일관했다. 또 중국의 학자가 「중국의 경제개방 정책을 도운 것은 홍콩·대만·동남아 등지의 화교인데 소련은 화교도 없고 홍콩도 없는 것이 문제이고,북한에는 그런 것이 있는데 그게 바로 같은 민족인 남한 아니겠는가」라고 설교하듯 말해도 반론없이 수긍하는 눈치였다.

또 최우진 수행한 참가자들도 영어나 일어에 능통한 젊은 연구원들로서 기관원과 같은 인상을 주던 작년의 수행원들과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참가한 개개인 성품의 차이뿐 아니라 「남북합의서」이후의 나름대로 변화된 분위기를 반영하면서 비록 외형적 자세에서 나마 「촌티」와 경직성을 벗고 성숙되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의지와 구미간의 괴리­

회의 분위기에서 뿐만아니라 토의내용면에서도 전례없이 유익한 회의였다. 반면 그것은 통일에의 길이 그렇게 평탄하고 쉬운 길이 아니라는 점,바꿔 말하면 아직도 제거해야할 난관이 너무나 많고 좁혀야할 이견의 폭이 넓을뿐 아니라 실천면에서나 학구적으로나 보다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새삼 부각시켰다는 얘기이다.

양쪽의 통일방안이 더이상 정치선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할 경우 더욱 그러하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첫째,가장 중요한 현안인 핵사찰 문제에 대해서는 양쪽이 이제까지의 주장을 되풀이 하는 차원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의 의견이 일치되고 이에대해 중국 소련마저 무언의 동조를 했기 때문에 북한이 고립된 양상이었다. 그러나 부분적 일면까지 반드시 그렇지 만은 않았다. 보다 넓은 시야에서의 문제제기도 있었기 때문이다. 즉 핵확산 금지를 위해서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 방지뿐 아니라 안전보장의 국제화라는 관점에서 핵무기 보유국의 군축과 군비관리를 위한 새로운 국제적 포럼(Forum)과 틀(Framework)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더 나아가 핵 비보유국에 대한 핵재처리 금지 조치가 핵의 평화적 사용면에 있어서까지 불평등과 불공정을 제도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또 하나 이견의 폭이 넓은 쟁점은 역시 통일조국의 체제에 관한 것이었다. 우리쪽의 공 원장은 「통일된 민족사회의 긍극적 정치질서는 자유민주주의의 원리에 기초를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북측으로부터 역시 반론이 나왔다. 「통일의 궁극상이 자유민주주의여야 한다는 주장은,표현을 바꾼 흡수통일론으로서 이를 않겠다던 남쪽의 주장과도 모순되며 남북합의서의 공존공영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것이었다.

­논리·방안 더 다듬어야­

북측이 주장하는 연방제 통일론,즉 두개의 체제와 정부위에 「통일이라는 모자」를 씌워서 연방제를 이룩하는 것이 「통일의 마지막 단계」이고 그 다음은 다음 세대에게 맡겨야 한다는 주장,말하자면 「통일상·없는 통일방안」에 많은 문제가 있음은 새삼 지적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우리쪽의 주장에도 제3자에게까지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보다 치밀한 논리와 실효성 있는 방법의 안출이 요구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외국의 회의 참가자들은 우리의 통일의지 확인하고 북의 개방의지가 부족함을 인정하면서도 『통일까지의 길이 멀고 험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강조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동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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