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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일로의 태국사태(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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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일로의 태국사태(사설)

입력
1992.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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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정권을 반대하는 태국의 시위사태가 심상치 않다.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 시위는 수도 방콕에서 제2도시인 북부 치앙마이시를 비롯하여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다. 중무장한 군인들이 무자비하게 진압하자 시위대도 무기를 탈취하여 대항하는 등 곳곳에서 총격전까지 벌어졌다. 사상자가 1천명이 넘는다는 비공식 집계가 보도되고 있다. 지식인 등 검거 연행된 반정부 인사도 3천명이 넘는다고 한다.군부의 과잉진압에 경찰이 불만을 터뜨리는가 하면 유혈사태 책임문제로 군부내부의 분열설까지 나오고 있다니 그야말로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란 상황이다. 건국후 최악이라는 이 유혈시위가 과연 어디까지 갈지 태국 국민은 물론 세계 여러나라가 모두 걱정하고 있다.

이런 사태를 불러온 원인은 두말할 것도 없이 고질화한 군부의 장기집권 때문이다. 지난 32년 입헌군주제를 채택한 이후 60년동안 태국에는 무려 17차례의 쿠데타가 있었다. 쿠데타에 의하지 않고 정권이 바뀐 것은 73년 10월 민중시위로 타놈정권이 무너진 것과 88년 8월 차티차이 정권이 선거로 들어선것 뿐이다. 이처럼 오랫동안 군사정권이 계속되다보니 군은 정부뿐 아니라 방송과 국영기업체까지 장악하는가 하면 농촌개발 등 사회운동까지 주도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번 시위의 직접 발단이 된 수친다 총리도 작년 2월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았던 사람이다. 그는 총선을 거치지 않더라도 총리를 할 수 있으며 군부가 상원의원 2백70명을 임명할 수 있도록 헌법을 고치려다가 국민들의 저항에 부딪친 것이다. 청백리의 상징으로 존경을 받고 있는 잠롱 전 방콕시장은 수친다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오랫동안 각 분야에서 군부 지배를 받아온 태국 국민들이 이제 더 이상 군사정권이 계속 연장되어서는 안된다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너무나 오랜 세월을 개인의 자유와 민주주의가 유보당한채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태국은 「아시아의 네마리 용」의 하나로 손꼽힐만큼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그에따라 국민소득도 늘어났다. 중산층이 두터워진 것도 물론이다. 교육수준도 높아지고 생활형편도 많이 나아졌다. 그러나 정치발전은 경제발전을 따라오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만 계속했다. 국민의 민주화 요구가 여기서 폭발하고 만 것이다. 경제적으로 살기가 좋아지고 국민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적으로도 보조를 맞추어 민주화의 개혁조치를 동시에 취해야 한다. 그 균형을 유지하지 못할때 사회는 혼란에 빠지게되고 국가발전은 뒷걸음질 칠 수 밖에 없다. 태국군부는 이미 세계 여러나라가 발전과정에서 경험한 귀중한 역사의 교훈을 참고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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