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키나와(충승) 반환 20주년 기념식에 옛 통치국 대표로 참석한 댄 퀘일 미 부통령에게 와타나베(도부항삼) 통상 장관은 미일 관계의 현주소와 일본의 국제적 위상을 상징하는 한가지 선물을 주었다.내년에 1백명,그 후부터는 2백명씩의 미국 민간기업 기술자들을 일본 기업이 받아들여 연수시키는 「제조기술교류계획」을 승인한 것이다. 이 계획은 미국이 금년초부터 일본에 요청했었다.
계획의 내용과 배경을 보면 현 미일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난다. 미국은 젊은 기술자와 현장 감독들을 파견,미국에 비해 경쟁력이 뛰어난 자동차 및 부품·전기·전자 등의 분야에서 일본을 배우겠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 향상이 목적이다. 비용은 양측이 분담키로 했다. 미국은 이제 최소한 기술에 있어서는 세계최고가 아니라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일본은 자신들에게는 덜 비판적인 현 부시정권을 돕는다는 의미도 포함한 「공존 공영」이란 말을 썼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아시아에 있어서 미국의 대리인 격으로 일본을 보호하고 키울때 미국이 사용했던 말이다.
더욱 주목을 끄는 점은 「교육과목」과 「범위」이다. 제조기술이 주가되겠지만 더 중점을 두는 것은 품질관리나 재고관리 등 일본기업 특유의 생산공정이다. 인사관리까지 포함,「일본식」이 「세계표준」이 될날이 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더 나아가 일본은 앞으로 자동차·전자뿐 아니라 업종을 더 늘리겠다고 밝혔다. 곧 모든 면에서 미국을 제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이같은 현상은 이미 전부터 예상가능했다. 지난 8일 발표된 일본 통상백서는 미국기업의 75%가 일본의 제조장치를 사용하고 있으며,일부 제품이나 중간재 등 조금이라도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기업은 85%나 된다고 밝혔었다. 일본제품이 없으면 미국기업의 대부분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최근 일본서는 거품경제의 후유증이 본격화되면서 한때 「일본경제위기론」이 줄기차게 제기됐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일본은 그것을 「일본경제위협론」보다 훨씬 낫다며 오히려 즐기기까지 했다. 국제공헌이다 뭐다하면서 덜 귀찮게 할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 계획을 승인하면서 일본은 한가지 걱정을 하고 있다. EC 등 다른 나라가 『왜 미국만 우대하느냐』고 불평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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