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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진출 업체들 「괜한 실수」 너무 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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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진출 업체들 「괜한 실수」 너무 잦다

입력
1992.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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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자에 야근·쿼타확보 위해 사례비등/관습·법규 무지탓… 제살 깍아먹기 경쟁도과테말라에 진출한 A사는 국내에서처럼 잔업을 시키려다 홍역을 치렀다.

주문이 밀리자 이 회사는 옥내 방송을 통해 『오늘은 전원 퇴근이 안되니 그리 알라』고 통보한후 공장의 외부 출입문을 바깥에서 잠그고 잔업을 지시했다. 잔업을 왜 해야하는지 사전 설명도 없이 취해진 이같은 조치에 현지 근로자들이 격분,야간작업 대신 농성에 들어갔고 현지 당국도 인권유린으로 A사를 고발 조치했다. 해외진출 업체의 어리숙한 노무관리가 빚어낸 어처구니없는 결과였다.

이 같은 사례는 비단 A사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에서 파견된 관리자가 현지 근로자와 작업장에서 멱살을 잡고 싸워 항의를 받는가하면 대나무 회초리로 구타,고발 당하는 사례도 있었다. 현지 법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국내에서 공급받은 원자재를 압류당한 기업이 있고 국내 업체끼리 국내에서 하듯 부당 스카우트를 벌이는 추태도 빈발하고 있다.

19일 대한무역진흥공사의 현지 무역 조사자료에 따르면 중남미 동남아 중국 등지에 현지 공장을 설립한 상당수 국내 기업들이 현지 관습과 법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채 진출하고 관리자로 파견된 국내 근로자들이 현지인들과 마찰을 빚는 사례가 의외로 많아 해외진출에서 실패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지난 88년이후 멕시코 과테말라 등 중남미 지역에 대거 진출한 40여 국내 기업들은 이같은 마찰로 현지 언론에서 부당 노동행위로 보도되는 등 한국에 대한 이미지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과테말라의 주요 일간지와 TV에는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공장시설 불량상태와 현지 근로자들이 대로변의 가로수 밑과 도로의 중앙분리대,잔디밭 등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식사시간에 햇빛을 쬐는 현지인들의 관습을 모르고 옥내에 사내식당을 설치했으나 근로자들이 외면했기 때문에 빚어진 풍경인데 과테말라 정부를 비롯 각 단체에서는 노동환경 불량,인권침해 등을 집중조사,몇몇 기업은 고발 당했다.

현지 근로자 1백여명과 국내에서 파견된 관리자 5명이 연간 2백50만달러어치의 T셔츠를 생산,미국에 수출하고 있는 국내 T사는 작업도중 정전이 되자 어둠속 사고를 우려,자리에 앉았을 것을 지시했다. 이때 관리자가 자리를 이탈하는 현지근로자의 멱살을 잡고 끌어내다 전 근로자의 반발을 사 사건이 확대됐다. 현지 정부는 근로자 학대라는 명분으로 고발했고 이 사건을 계기로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인격적인 무시,폭력,성적 희롱,최저임금제 미준수 등의 사례가 연일 보도됐다.

K사는 매월 현지 노동자 급여의 일정비율을 납부해야 하는 사회보장 보험료를 4개월 연체했다는 이유로 현지 정부로부터 조사를 받았고 또 다른 기업은 부녀자는 자정이후 작업을 시킬 수 없는 규정을 위반,현지 여성 근로자로부터 퇴직금과 법정 보상금의 지불요구와 함께 고소당했다.

이 기업은 결국 이 근로자에게 적정 보상금을 지불한 뒤에야 현지 정부를 찾아가 교대제로 24시간 근무가 불가피함을 설명하고 야간작업 허가서를 받아냈다.

도미니카에 진출한 N사는 항구에 도착한 원단에 하자가 있어 다시 반출할 목적으로 통관시키지 않았다가 손해를 입었다. 통관 수속을 미뤄오던중 원단 도착 1년후 통관수속을 신청했으나 이때는 이미 원단이 공매처분된 뒤였다. 화물의 입항통지후 6개월이 지난 화물은 공매된다는 현지 규정을 몰랐기 때문.

해당국 관리들의 횡포에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단순히 뒷돈만으로 일을 처리하려는 국내 기업들이 골탕먹는 사례도 허다하다.

이미 소진됐다는 쿼타를 확보하기 위해 현지 관리에게 뒷돈을 주고 쿼타를 확보한 한 국내기업은 계속해서 일정금액을 해당자에게 사례비를 줘야만 쿼타를 확보할 수 있는 나쁜 선례를 남겨놓았다.

국내 기업간 부당 스카우트 경쟁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 약간의 웃돈에도 쉽사리 움직이는 근로자들이 생리를 악용,국내기업끼리 치고 받고 싸우면서 임금만 올려놓고 제살 깍아먹기식 형태가 동남아와 중남미 등지에서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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