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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신정상화­깨진 독 물붓기(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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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신정상화­깨진 독 물붓기(사설)

입력
1992.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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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이자에 짓눌려 부실화한 한국,대한,국민 등 3대투자신탁회사의 정상화 방안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경제기획원과 재무부 등은 3대투신사의 은행차입액 5조9천억원중 약 절반에 상당하는 3조원을 연리 3%의 한국은행 특별융자금으로 대체하여 숨통을 터주겠다는 것이다. 3대 투신사들이 현재 지불하고 있는 차입금 이자부담은 연평균 10%,따라서 한은특융이 이루어지는 경우 3조원에 대해 연 7%의 이자부담을 더는 것이다. 나머지 이자부담은 새상품의 개발,경영합리화 등 자구노력으로 경영부담을 타개한다는 것이다.그러나 이에대해 금융당국인 한은은 투신정상화의 필요물가결성에는 공감하나 꼭 한은특융을 동원해야 하느냐에 대해 선뜻 동의하지 않는다. 한은은 물가안정을 위해 현재 통화관리를 엄격히 실시하는 상황에 즉각 통화증발효과를 가져오는 한은특융을 사용하는데는 신중을 기해 마지막 수단으로서만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는 한은측의 이러한 접근방식을 지지한다. 투신의 정상화가 긴박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3대 투신사의 대시중은행 융자금은 현재 5조9천억원,연간 이자만도 약 6천억원이다. 연간수입금 2천여억원으로는 이자의 3분의 1도 갚지 못하고 있다. 보유주식액은 약 9조2천억원(3월말 현재). 원리금 상환을 위해 보유주식을 내다 팔려고 해도 현재 종합주가지수가 600이하로 떨어진 주가의 하락을 부채질할것이 확실하므로 처분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또한 대부분의 주식을 현행보다 고가인때에 매입,결손처분이 불가피해진다.

투신의 설립취지의 하나는 회사의 고유자산과 고객의 신탁자산을 이용하여 주식매매에 참여,주가의 안정과 증시의 활성화에 기여,자본시장육성에 한몫 하도록 하자는 것. 그러나 투신은 기관투자자의 역할을 상실한지 오래된다. 투신의 부실화는 사실상 정부에 책임이 있다.

89년 12·12 증시부양책으로 정부가 3대 투신사에 2조7천억원의 시은자금을 융자조치,투신사로 하여금 주식을 매입토록 한것이 오늘의 부실화를 가져왔다. 증시는 부양되지 않고 침체됐다. 기관투자자와 큰 손들은 보유주식을 처분,시장을 떠났다. 매입당시 8백50이었던 종합주가지수는 현재 6백선을 밑돈다. 주식평가손은 그것대로 커지면서 이자가 눈덩이 처럼 불어 은행빚이 6조원이 된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5월께 연리 3%의 국고여유자금 2조2천억원을 제공,이에 상당하는 연리 10%의 빚을 대체토록 했다.

투신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다. 투신정상화가 또다시 제기되는데 12월 대선을 앞둔 정치적 복선도 있을지 모른다. 한은특융 3조원이 제공되어도 증시는 활성화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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