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분열 조기수습이 급선무/범여권 총력전 쉽지 않을듯민자당의 김영삼대표가 19일 전당대회서 14대 대통령후보로 선출됨으로써 「김 후보 대선체제」가 공식 출범했다.
김 후보로 보면 87년 통일민주당 후보에 이어 대권고지에의 「재수길」을 보장받았으며 민자당으로선 정권재창출이라는 과제에 본격접근하게된 셈이다.
특히 지난 50년대 중반 정치에 입문한 이래 지금까지 38년간 권력의지를 놓지 않았던 김 후보가 3당 합당 이후 줄곧 갖가지 당내 도전과 당안팎의 시련에 봉착하면서도 끝내 후보를 「쟁취」한 것은 일단 내부권력 게임에서 승리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 2년여 합당기간이 과거 30년여 야당시절때 겪었던 풍파보다 더 큰 어려움을 안겨주었던 시기였다고 하면 앞으로 대통령 선거때까지의 남은 6개월은 자신의 정치역정에서 어느때보다 힘겹고 가파른 형국으로 전개될 것 같다.
여당으로의 정치적 변신에 따른 지지층의 이탈과 그에 대한 여권내 사시를 굳이 언급치 않더라도 당장 김 후보는 경선의 난파과정과 그 후유증으로 엄청난 부담을 안게됐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이번의 김 후보 승리는 그가 가장 우려했던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타이틀로 끝난 셈이며 그만큼 김 후보의 향후과제는 한결 어렵게 전개될 것으로 봐야할 것 같다.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이종찬후보의 경선거부 이후 뚜렷이 노정된 당의 분열을 어떻게 조기수습하느냐 하는 점이다. 이 후보의 경선거부에도 불구,전당대회에서 이 후보의 지지가 30%를 웃돌았던 것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음은 물론이다. 특히 이 후보가 이미 분가신당 창당으로 이어지는 독자 대선출마 뜻을 분명히 한 현실에서 이같은 김 후보 이탈표의 향배는 대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또한 이 후보가 김 후보 등 주류측의 「해당행위 강경징계」 방침에 맞서 전당대회 원인무효 주장 등과 교육원 매각의혹 제기 등 당내 투쟁을 당분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권재창출 요구의 공감대 아래 이 후보 지지층의 상당수를 설득,포용하며 이 후보의 공세를 차단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김 후보가 대권가도에서 직면한 첫번째 시험대이다.
둘째는 14대 당선자 1백52명의 약여를 이끌고 과연 집권 프리미엄에 기초한 정국 주도권을 대선 국면까지 확보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더구나 이 후보의 이탈이 현실화될 경우 일부 무소속 영입을 고려하더라도 언제든 소여의 입장에 처할 수 있는만큼 김 후보 체제의 효율성은 불안정할 수 밖에 없다.
눈앞에 다가온 14대 국회개원 협상과 개원국회서 제기될 갖가지 정치 쟁점들의 처리여부가 김 후보에게 적지않은 시련이 되리라는 관측도 여기서 비롯된다. 만약 김 후보가 경선과정에 이어 후보선출후 첫 정치과정에서 조차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보다 큰 「흠집」을 안게될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는 고정적인 여권 성향층으로 간주되던 그룹에 잠재해 있는 반 김 정서를 어떻게 해소해내느냐는 것이다. 합당이후 김 후보는 소수세력의 핸디캡을 노 대통령과의 관계개선을 축으로 보완하려는 방식을 취해왔으나 그의 정치행태가 여권 체질로 충분히 융화되지 못한 모습을 보여온게 사실이다. 김 후보는 합당후 정치적 고비때마다 특유의 버티기로 이를 극복해왔으나 당운영의 파행적 행태와 더불어 이것이 여권조직내 불신감을 온존시켜왔다고 해야할 것 같다. 이 문제는 특히 노 대통령의 임기말 권력누수 현상과 맞물려 여권의 총력적 대선체제 정비의 걸림돌이다.
구 민정당의 13대 대선 승리는 이해를 같이하는 동질적 여권기반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저돌적 리더십에 의한 권력누수의 최소화,이에 따른 자금·조직의 풀가동이 결정적 요인이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리더십이 전 전 대통령과 크게 다른데다 3당 합당으로 이질적 집단의 물리적으로 봉합된 현실은 그같은 총력전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결국 김 후보가 여권주자로서 노 대통령과 협력,어떻게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해 나가느냐는 것으로 귀결된다.
또하나 지적해야할 점은 「민주적이고 도덕적 리더십이 이 시대에 필요한 가강 강력한 리더십」이라는 그의 주장에 앞으로 어떤 구체적 내용을 담아가느냐는 점이다. 국가 지도자의 리더십에 대한 의견이 어느때보다 분분하고 보면 김 후보는 이에 부응하는 새로운 정치인상을 새롭게 구축해야할 숙제를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합당후 당 운영에서 민주화 투쟁과 등식화 됐던 그의 이미지가 대부분 퇴색됐던 점은 이같은 요구를 더욱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이같은 과제를 안은데다 후보선출에서 당초 의도했던 압도적 지지도 얻지 못했던 김 후보는 역대 여권주자로서 가장 어려운 환경을 맞고 있다고 해야할 것 같다. 오는 8월 당총재직까지 이양받아 명실공히 실권을 쥐게될 김 후보가 이 환경을 어떻게 헤쳐나가느냐는 것은 그의 정치역정을 결산하는 것이자 대권고지에의 접근여부를 판가름하게 될 것이다.<이유식기자>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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