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수산부가 「농업진흥지역」 지정문제를 놓고 딜레마에 빠져있다. 농림수산부는 농어촌개발 특별조치법에 따라 오는 연말까지 「농업진흥지역」을 지정하게 돼 있으나 농지가격의 하락을 우려한 농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치고 있는 것이다. 민자당측도 오는 12월 대통령선거에서 감표요인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1년뒤로 미룰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농업진흥지역」 지정은 현재 정부가 쌀의 궁극적인 수입 등 농산물시장의 완전개방에 대비,쌀농사 등 우리나라 농산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계획한 농어촌구조 개선 10개년계획의 핵이다.우리나라의 현행 농지는 1백34만5천㏊,밭 76만4천㏊다. 이 가운데 논은 절대농지가 1백만㏊,상대농지 34만5천㏊로 돼있고 밭은 각각 34만㏊,41만㏊로 돼있다. 농어촌구조 개선계획은 논밭중 위치,비옥도,지형 등을 고려,농업생산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논밭을 「농업진흥지역」으로 지정,경지정리·수리개선 등으로 완전히 기계화 영농체제로 전환시켜 생산성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농업진흥지역 지정계획 면적은 논 1백만㏊,밭 10만㏊로 돼 있다. 농림수산부는 농업진흥지역으로 지정되지 못한 논밭은 공장,관광단지 등 다른 용도로 전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전용이익은 환수해 농업기반 조성재원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농림수산부 계획은 농어촌구조 개선계획에 10년간 무두 42조를 투입하는 것으로 돼있다. 정부의 이 계획은 사실상 농촌의 현대화계획이다. 한국농업의 생존계획이기도 하다. 농민들이 이러한 정책취지를 알면서도 농업진흥지역 지정에 반대하는 것은 진흥농지로 지정되면 타용도로의 전환이 사실상 불가능,땅값이 떨어질 것이 확실하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실태로 봐 농민들의 이러한 확신을 부정하기 어렵다. 식량증산이 절실해서 논밭 특히 논의 전용을 막기위해 도입한 현행의 절대,상대농지의 가격이 오히려 더 비싼 변칙아닌 변칙현상이 나타났다.
농민들은 영농이 채산이 맞지 않아 농촌이 경제적으로 피폐해가는 상황에 왜 농지값까지 떨어뜨리려 하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농지전용 이익을 환수한다고는 하나 진흥지역 지정여부에 따라 실제로 재산상의 엄청난 차이가 나타날때 불이익을 당하는 농가들의 불만은 충천할 것이다. 문전옥답이 똥값이 되고 잡종지가 금값이 되는 사태는 가치관을 왜곡시키기도 한다. 이 문제는 사회적 소요의 잠재성까지 안고 있다. 정부는 법정시한에 쫓겨 졸속지정을 해서는 안된다. 지정에 앞서 잠재적 위험성을 제거해야 한다. 지정과 비지정의 경제적 이해득실의 격차를 최소화하는 조치를 먼저 강구해야 한다. 특히 지정에 따른 불이익을 줄여주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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