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투쟁→탈당→독자출마 점쳐/주·비주류 양분… 소용돌이 소지종반들어 살얼음판을 걷듯 전개돼온 민자당의 대통령후보 경선양상은 17일 이종찬후보가 결국 경선거부의 길을 선택함으로써 파행으로 귀결됐다.
더구나 이 후보가 여권 핵심부에서 6·29선언의 완결편으로 추진해왔던 집권당 첫 후보경선을 무산시키며 이를 「위장된」 것이라고 정면 비난해 파장과 후유증은 한층 심각한 국면을 맞고 있다.
이날밤 노태우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긴급 주요 당직자 회의를 열어 이 후보의 궤도이탈을 명백한 「해당 행위」로 규정,당헌당규에 따라 단호한 조치가 취해질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은 이 후보의 경선 거부가 던진 충격을 단적으로 반영한다.
앞으로 취해질 단호조치의 내용과 이에대한 이 후보측의 대응은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경선과정내내 갖가지 시비와 흙탕물 싸움으로 얼룩졌던 파행의 결과는 당장 집권당의 정치력 부재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또 피차 「제갈길」로 가는 파국을 맞게됨으로써 당장 당내 세력 재편 과정에서 양 진영의 갈등이 증폭됨은 물론 집권당의 대권가도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여권 핵심부가 이례적으로 신속히 강경대응 조치를 취하고 나선 것도 이같은 당내 갈등의 증폭소지를 사전차단하고 예상되는 여권분열 가능성에 쐐기를 박겠다는 뜻이 짙게 배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이 후보가 여권의 대선 시나리오와 당 및 정국운영 복안에 결정적 타격을 가하게될 극약처방을 선택하기까지에는 이미 탈당 등 자신의 향후정치적 입지에 대한 고려도 충분히 감안됐다고 봐야할 것 같다.
풀어말해 크게는 대선 독자출마를 상정해놓고 탈당 시점을 저울질하며 명분축적에 필요한 시간벌기의 첫 단계로 경선거부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노심이 김영삼대표를 향해 있는 상황에서 지지세의 열세를 뒤집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고 이를 표로 확인하는 단계까지 나아갈 경우 정치적 입지가 크게 제한된다는 계산을 했던 것 같다. 따라서 패배보다는 모양 갖추기식의 불공정한 경선과정 을 원인무효라고 규정,전혀 다른 방식의 정치적 활로를 모색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 방안이라고 판단했다는 얘기이다. 이 후보가 경선거부당내 투쟁탈당대선 독자출마의 예정된 수순을 단계적으로 밟아 나갈 것으로 보는 관측은 이같은 맥락에서 비롯된다.
때문에 이 후보가 탈당을 결행하기까지 당운영에서 이른바 김 후보측의 주류와 이 후보측의 비주류간에 첨예한 갈등국면이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당장 김 후보측은 당운영을 완전히 김 후보 단일지도 체제로 전환,대선고지를 향한 쾌속 항진을 본격화할 것이나 이 후보측은 경선과정에서 드러난 당수뇌부의 비민주적 행태를 문제삼아 주류측에 대한 정치공세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후보측의 공세는 독자출마를 바탕에 깔고 당내 반 김 세력의 확산 및 규합,김 후보에 대한 「흠집내기」 등의 형태로 진행될 것인만큼 두 세력의 갈등증폭과 결별시점은 훨씬 빨리 다가오게 될 수도 있다.
이와관련,김 후보의 한 측근은 『전당대회이후 종래의 당내 계파구조는 완전 소멸되고 주류·비주류로 단순화 될 것』이라며 『최소한 계파갈등 양상은 불식돼야 한다』고 말해 이 후보측의 발목잡기를 원천봉쇄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경우 두 진영은 당장 당직·국회직 배분문제에서부터 날카롭게 대립하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특히 이 후보측 일각에서는 경선과정의 정통성 문제를 제기하며 경선원인 무효공세를 펴야한다는 주장도 있어 이에대해 김 후보측이 당기위 소집 등으로 정면대응할 경우 또 한차례 당은 극심한 내분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김 후보는 자신의 대권가도에 적지않은 상처를 입게될 수 밖에 없고 이 후보가 비주류 세력과 함께 이탈하는 시점에서는 범여권 세력의 분열을 피할 수 없어 이를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당장의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반면 대선 독자출마를 강력시사한 이 후보가 어떤 유효한 수단을 동원해 당내 반 김세를 적절히 엮어나가고 탈당시점을 선택할지는 향후 대선정국의 최대 복병으로 대두되고 있다.
또 하나 관심은 대선구도가 이 후보의 궤도이탈 시사이후 최소한 5파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져 오는 12월 대선때까지 「2백일 장정」이 연출할 파노라마가 한층 극적 요소를 담뿍 안게됐다는 점일 것이다.<이유식기자>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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