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이쑤시개서 시계·카메라까지/대한수출 폭발적 증가/무역적자의 10% 점유/업체 도산 속출… “고부가가치만이 살길”등산로에서 갈증을 덜기 위해 한잔씩 사먹는 칡즙이 중국에서 수입한 칡으로 만든다는 사실을 알고 마시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정원을 덮고 있는 잔디나 시골 텃밭에서 자라는 채소도 종자가 중국에서 수입됐다는 사실은 더더욱 모른다. 그만큼 중국제품들이 알게모르게 우리생활속으로 깊이 침투해있다.
중국상품이 우리 주위에 아주 가까이 퍼져 있다는 사실은 식당에 들어서서 실감할 수 있다.
우선 식탁에 앉자마자 제공되는 물은 중국에서 수입한 컵에 담겨있다. 젓가락은 중국에서 포장도 않은채 벌크화물로 실어오는 대나무젓가락이고 비닐에 담겨있는 물수건도 중국에서 수입한 것이다. 물수건을 담아오는 대나무 바구니도 중국제다. 조리사의 손에는 중국산 면장갑이 끼워져 있고 식탁에 오르는 복어 오징어 해파리 삼치 등 해산물의 상당수와 두부 나물 등의 대부분도 중국산 원재료로 만든 것이다. 식당을 나서면서는 중국에서 만든 이쑤시개를 이용하게 된다.
중국은 이제 신발 한짝만 팔아도 10억켤레를 팔 수 있고 10억인구를 겨냥해 냉장고 TV 공장을 세우겠다던 한국기업인들의 엘도라도가 아니다. 낮은 임금과 풍부한 노동력 원자재를 앞세워 한국시장을 역공략하는 무서운 경쟁상대로 변했기 때문이다.
중국산 상품의 엄청난 유입은 양국간 교역실적으로도 쉽게 확인된다. 한국의 대중국수출은 지난 85년 6억8천3백만달러로 수입액 4억7천8백만달러를 앞질렀었다.
그러나 6년이 지난 91년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23억7천1백만달러에 불과했으나 수입액은 34억4천1백만달러에 달했다. 같은 기간동안 수출은 3.4배 늘어났지만 수입은 무려 7.2배나 늘어났다. 결국 우리나라의 수출시장으로만 여겼던 중국이 지난 몇년사이 수입대상국으로 바뀌면서 우리나라 전체 무역적자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부담의 대상이 된 것이다.
국내 시장에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중국상품은 국제적인 상품분류 방식상 최소단위인 HS10단위로 무려 3천2백9가지.
농수산물은 물론이고 약초 생활용품 건축자재 등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노동집약상품중 절반 가까이는 중국산일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들어서는 셔츠 구두 신발 의약품과 직류전동기 변압기 카메라 시계 체중기 등까지 수입되고 있다. 가정용품으로는 자물쇠 칼 손전등 우산 라이터돌 등이 몰려들어오고 있다.
시골 5일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토산품들은 이미 우리손으로 만든 토산품이 아니고 고추 팥 강낭콩 등도 우리 농민들이 재배한 순수국산품을 찾기 어렵게 됐다. 담양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죽제품도 전량 국산이라고 자신할 수 없는 지경이다.
올들어 지난 1·4분기중에 수입된 중국상품은 4억1천만달러어치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백57.1%나 늘었다.
이처럼 중국상품이 범람하자 관련 국내기업들의 도산도 속출,가뜩이나 어려운 중소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89년 37개였던 국내 이쑤시개 업체중 중국산의 유입이후 9개 업체나 문을 닫았고 우산 및 우산틀 업체들도 속속 문을 닫아 급기야 정부가 산업피해 구제제도를 발동하고 있으나 중국상품의 도도한 수입홍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이같은 중국산의 수입러시에 대해 상공부 정해주 상역국장은 『중국산의 범람을 막기위해 20개 품목에 대해 최고 1백%의 조정관세를 부과하고 있고 원산지 표시를 강력히 시행하는 등 제도적인 보완장치를 마련하고 있으나 국내 여건상 중국산의 수입을 쉽사리 막기 힘들다』면서 『값싼 중국상품과의 정면대응보다는 고기술 고부가가치 상품을 중국에 수출하는 전략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진장한 자원과 저임의 노동력,여기에 최근 일본 등 서방국가로부터 자본과 기술을 도입하기 시작한 중국은 노동집약산업뿐만 아니라 기술집약산업에서도 한국에 큰 위협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말로만 고기술 고부가가치를 되뇌고 있다간 우리경제는 「황사태풍」에 산산히 부서지고 말 것이다.<이종재기자>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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