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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2.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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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중 실종됐던 미군유해들이 최근 잇달아 유엔군사측에 인도되고 있다. 북측은 13일 미군유해 15구를 송환한데 이어 18일 또 15구를 송환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어느나라에서나 전쟁후 상대국으로부터 보내온 자국 전사자나 실종자 유해에 대해서는 최고의 예우를 갖춰 인수하는 것을 관례로 삼고 있다. ◆실종자나 전사자의 유해를 인수하는 절차에서 최고의 격식을 마련하는 것은 각국 정부의 기본 자세다. 핵개발,무기수출,테러수출 등으로 국제적 평판에서 불리한 궁지에 빠진 북한이 전후 40년이나 되는 이 시점에 와 유해를 송환하는데에서 대미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느끼기는 하지만 남의 나라 장병의 유해를 묵혀두다가 생각날 때마다 생색내듯 조금씩 불쑥불쑥 내놓은 북측 자세가 불순하고 궁색하게 보인다. ◆월남전이 한창이던 69년 5월10일 미 101공정사단 일부 장병들은 열흘동안 치열한 전투를 벌여 아샤우지역 937고지를 점령했다. 피차 수많은 병사들의 육신이 부스러졌다고 해서인지 나중에 그 전장은 「햄버거 힐」이라고 불리었다. 반년쯤후 마이클 오도넬 소령은 전사장병들을 애도하는 시를 썼다. ◆­「… 그들을 남겨두고 떠날 때 그들을 되돌아보며 기억해 주오­ 그들이 죽음으로써 보여준 것을 마음에 새기면서 그들을 사랑했다고 당당히 말해주오­ 언젠가 전쟁을 광기어린 짓이라 말할 수 있을 때 뒷전에 남겨진 고결한 영웅들을 한때나마 감싸주오 당신의 마음으로…」­ ◆잃었던 전우들의 유해를 맞는 사람들의 마음은 경건하기만 하다. 그러나 유해를 보내는 북쪽 사람들의 마음엔 생색위주의 공리적 타산의 색깔이 짙어 보인다. 전투에서 쓰러진 병사의 유해가 정략 거래의 담보일 수는 없다. 그때그때 유해송환을 무슨 「수단」처럼 이용하는 북측의 작태가 저급하게 보일 뿐이다. 전쟁 당사자답게 포괄적이고 당당하게 매듭짓도록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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