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은 오는 19일의 전당대회를 불과 며칠 앞두고 점점 혼선과 미궁속에서 헤매고 있다. 전당대회날 투표는 제대로 될 것인가. 어느 일방의 불참으로 자유경선이 절름발이가 되는 것은 아닌가. 투표는 된다하더라도 패자가 혼쾌히 승복할 것인가. 어느 한쪽에 결과에 대해 불법 무효선언을 하고 탈당하는 파국이 오는 것은 아닌가.규칙시비와 불공정 논란으로 계속 이전투구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 민자당의 대통령 후보 경쟁을 보면서 정가는 물론 일반 국민들도 이런 불안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동안 잠잠하던 외압설이 또다시 고개를 쳐들고 타협기미를 보이던 합동연설회가 여전히 시비거리가 되어 있다. 이종찬후보 쪽에서는 이런 문제에 대한 요구사항이 받아 들여지지 않을 경우 중대결심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초반에 비쳤던 소리를 되풀이 하고 있다. 그러나 김영삼후보 쪽에서는 그 요구들을 들어줄 뜻이 아직 없는 것 같다. 이제 전당대회도 며칠 남지 않았는데 양 진영의 태도가 이처럼 평행선을 달라다보면 정말 무슨 불상시가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민주축제로 치르겠다던 자유경선이 왜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가.
이슈다운 이슈를 가지고 대결한다면 또 모르겠으나 지금 시비의 초점이 되어있는 합동연설회만 하더라도 따지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전체 대의원이 참석하는 자리에서 후보가 함께 연설한다는 것이 무엇때문에 불가능한지 이유를 알 수 없다. 또 그것이 관철안되면 경선을 거부하는 등 중대결심을 하겠다는 것도 억지로 보인다. 강자는 관대함이 부족한 것 같고 약자는 떼쓰기가 심하지 않나하는 느낌을 갖게한다. 그리고 엄정중립의 입장에서 관리자로 남겠다던 노태우대통령의 되풀이된 공약에도 손상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런 위기의 국면에서 총재인 노 대통령과 후보로 나선 김영삼,이종찬 양씨와 그 참모진은 냉정하게 민자당의 앞날을 걱정해야할 시점에 서 있다. 며칠전 양진영에 자제와 이성을 촉구했던 중도 관망파 역시 구경만하고 있어서는 안될 것 같다. 이는 비록 당을 위기에서 구한다는 차원만이 아니다. 역사상 처음이라는 여당의 자유경선이 이런 식으로 무너져 버린다면 한국정치의 선진화와 민주화는 점점 멀어져 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오는 12월의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민자당의 관점서 볼때에도 이러한 예선의 추태가 본선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후보로 출마하고 있는 당사자들과 이번 선거를 관리하고 있는 담당자들과 그리고 전당대회의 주인공인 대의원들은 이 행사의 의미와 중요성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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