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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비 미국 인기도 “여전”/재단기금 조성위해 방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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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비 미국 인기도 “여전”/재단기금 조성위해 방미

입력
1992.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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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연설장 인파 기립박수 열광/현·전직 대통령 접대등 “실각전 보는듯”【워싱턴=정일화특파원】 방미중인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에게 보낸 미국인의 정성은 지극하다 못해 열광적이었다.

샌프라시스코의 거부 짐 개리슨이 사무총장으로 있는 고르바오프 재단의 기금 3백만달러를 조성하기 위해 2주간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한 고르바초프는 부시 대통령 부처의 가족만찬,레이건 카터 등 전직 대통령과의 회동 등 현역시절 못지않은 우대를 받았다.

14일 행한 상하 양원 합동연설은 발디딜틈조차 엾이 인파가 꽉 메운 가운데 세번의 기립박수를 받을만큼 여전한 그의 인기를 반영했다. 비록 오는 7월 방미할 옐친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눈치」때문에 본회의장 대신 의회내 스태투어리홀에서 연설해야 했지만 이곳은 제2대 대통령인 존 애덤스가 대통령에 선출된 역사적인 곳으로 결코 그 격이 떨어지는 장소가 아니다.

12시15분께 폴리 하원의장은 선두로 게파트 하원 민주당 원내총무,마이클 하원 공화당 원내총무,미첼 상원 민주당 원내총무,돌 상원 공화당 원내총무 등 의회 간부 전원과 함께 고르바초프가 연단에 올라서자 의원들은 전원기립해서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고르바초프가 시계를 들여다보는 시늉을 하며 『그만치라』는 눈치를 보여도 박수는 더 계속됐다.

폴리 의장은 『고르바초프 대통령이야말로 진정한 세계평화를 위한 희망의 문을 연 사람』이라고 그를 소개했다. 돌 상원의원은 고르바초프는 『민주화를 통해 세계적 안녕을 이룩하는데 기여한 인물』이라고 평했다. 다른 의회지도자도 고르바초프의 민주화 정책은 세계 군비를 줄이고 핵전쟁 위협을 감축하는데 극적 공헌을 했다고 칭찬했다. 의원들은 의회 지도자들이 고르바초프 칭송연설을 할때마다 동의 박수를 쳐댔다.

다시 긴 기립박수를 받으며 고르바초프가 연단에 올랐다. 그는 권력잃은 대통령이라고 보기엔 너무도 당당한 태도로 연설도중 턱을 약간씩 번쩍번쩍 드는 특유의 제스처를 써가며 러시아어 연설을 했다.

연설은 두가지 내용이었다.

첫째는 소련은 망했다기보다는 변화한 것이며 풍부한 문화와 자원으로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가진 나라라는 것. 특히 소련을 공식 승계한 러시아 공화국은 14개 공화국이 독립국으로 떨어져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이고 또 인구 역시 대국이며 지하자원도 풍부한 나라라면서 『이런 현실을 여러분은 잘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둘째는 미국은 러시아를 도와야하며 양국간의 긴밀한 상호의존적 외교가 성숙할때 세계평화에 공헌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시각으로 러시아를 지원하려는 부시 대통령과 베이커 국무장관에 감사한다』는 말로 1시간동안의 연설을 끝맺었다. 그러나 고르바초프는 에머리대학,웨스터민스터대학 등의 연설과 기자회견 등을 통해 그동안 『나는 기본적으로 사회주의자』라는 말을 되풀이해왔다.

이날 상하 양원 합동연설에서도 소련 공산주의가 저지른 국제평창주의 또는 세계 적화노력 과정에서 야기된 6·25와 같은 과오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

하지만 의원들은 고르바초프가 「세계평화진전」 「민주화 추진」과 같은 단어를 쓰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듯 했다.

그가 옐친과 같은 진정한 민주주의 이념자가 아니더라도 결과적으로 소련을 민주화 방향으로 가게한 인물이란데서 고르바초프를 환영하는 것 같았다.

고르바초프의 연설이 끝난후 필 크레인 의원을 비롯한 3명의 하원의원들은 기자실 옆방인 H321호실에서 고르바초프 비판 기자회견을 청했다. 고르바초프가 진정으로 세계평화와 민주화에 자신을 바치려 한다면 2차 세계대전,한국전,월남전,그리고 지난 1983년 9월에 있었던 대한항공 007기 격추사건 등과 관련한 자료들을 숨김없이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고르바초프 재직시설에 있었던 KGB의 대미공작 활동만이라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르바초프에게 남겨진 또 하나의 「과거청산」 작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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