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가 재건·부흥 주축돼야”/새연합체 설립 정치력 향상 모색/흑인 등과 매개역 불신도 해소를□좌담회 참석자
▲제이슨 신(변호사)
▲임용진(변호사)
▲김주형(변호사)
▲황성진(변호사)
▲헬런 김(태프츠 의대)
▲캐시 김(한인청소년회관 홍보 및 개발담당)
▲사라 리(남가주 한인대학생 총연합회장)
▲스티브 양(한미연합회원)
▲사회=하천식기자
LA 폭동은 지나갔다. 그러나 방화와 약탈이 휩쓸고간 폐허위에 생업을 잃은 한국교민들의 슬픔과 분노는 그대로 남았다.
한인들의 상처는 분노라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참히 약탈되는 한인타운을 수수방관했던 현지 경찰,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온 죄아닌 죄로 흑백싸움의 불똥을 뒤집어 써야했던 억울함은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고통의 생채기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폐허속에서도 한인들은 재건의 삽을 들어 한민족의 질긴 생명력을 과시했고 상호부조를 통해 뜨거운 동포애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회의 고질병이었던 반목과 분열상을 극복하고 단결하자는 움직임은 더없이 소중한 전화위복의 소득이 아닐 수 없다.
흑인사회를 이해하고 포용하자는 성숙한 자성론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1.5세,2세들이 공동체의식을 절감한 점도 한인사회의 장래를 위해 커다란 소득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일보 LA 미주본사는 한인사회의 재건과 부흥을 선도할 젊은 세대들을 한 자리에 초청,이들의 진솔한 의견을 들어보았다.<편집자주>편집자주>
▲사회=4·29 폭동기간중 1.5세와 2세들이 보여준 활약은 1세들에게는 장래에 대한 희망을,본인들에게는 한인사회를 위해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자긍심을 심어주었습니다. 좌담회에 참석해주신 여러분들이 이번 폭동을 어떻게 평가하고,이 사회가 한인사회에 던진 물음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캐시 김=한인청소년회관의 경우 타운 복구작업과 피해자 지원사업 등 여전히 할 일이 많아 폭동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엄청난 피해를 당한 한인들이 이곳 저곳을 다니며 간절하게 도움의 손길을 잡으려는 모습을 보고 함께 울고 싶었습니다.
이번 폭동은 로드니 킹 사건의 무죄평결에 따른 일시적·감정적 사태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지난 수십년간 소외돼온 「없는 자들」의 불만과 미국의 도덕교육 실패가 복합적으로 표출된 사건으로 해석하고 싶습니다.
▲제이슨 신=사회구조의 문제가 폭동의 원인이라는데 동의합니다.
그럼에도 일부 미국언론들이 폭동을 한흑갈등으로 몰고가는데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와 함께 흑인커뮤니티를 좀더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던 우리들의 자세도 반성할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헬렌 김=이번 폭동으로 나 자신이 한인임을 새삼 느끼게 됐습니다. 그리고 폐허속에서 상호부조하는 한인사회를 보며 긍지도 느꼈습니다. 아울러 지금껏 1세의 그늘밑에 편하게만 자라왔던 1.5세와 2세들이 한인커뮤니티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맡게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한인사회의 지도자는 공명심에 연연해하기 보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인사회를 대변하는 분들이 돼야하지 않을까요.
▲사라 리=지난 8일 아드모어공원의 집회와 다운타운시위를 통해 많은 점을 느꼈습니다. 우선 우리 학생들은 한인사회의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던 과거를 반성하게 됐습니다. 동시에 한인사회와 미국 주류계층 사이의 메신저역할을 하는 미래역할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사회=지금 한인사회에는 흩어진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단합해야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그러나 뚜렷한 방법론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방법론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제이슨 신=한인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묶을 수 있는 새로운 연합체의 설립이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요. 기존단체를 대표기관으로 선정할 수도 있겠지만 대표성과 단체 성격상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새로운 연합체는 1세와 1.5세,2세를 균형있게 조화시킨 정치단체여야 하며 1세는 전반적인 정책방향 설정을,2세는 실무와 대외홍보를 책임지는 상호보조 체제가 좋을 것입니다.
▲캐시 김=지금까지 한인사회가 미국정치에 너무 무관심했습니다. 연방의원이나 시의원들에게 막대한 정치자금을 대주었음에도 그에 상응하는 정책적 배려를 끌어내지 못했습니다. 밑지는 장사를 했다고나 할까요. 이번 폭동기간에 한인사회가 시의회나 경찰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사실이 이를 입증합니다.
▲황성진=어떤 단체가 대표기관이 되든 1.5세와 2세가 단체의 주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한인변호사협회는 대규모 공청회를 준비중입니다.
▲사라 리=한인대학생 총연합회는 앞으로 타민족 학생회와 긴밀한 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각종 문화·시사토론 행사를 주선할 계획입니다. 젊은이들간에 인종을 초월한 대화는 한인사회가 주류사회의 한 부분으로 커 나가는 초석이 되리라 믿습니다.
▲스티브 양=이번 폭동기간에 1.5세와 2세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주류사회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들 차세대 젊은이들의 역할이 계속 증대돼야 합니다.
▲헬렌 김=미국언어와 문화에 익숙한 1.5세와 2세가 주류사회의 각 계층에 고루 진출해 한인들의 입장을 자신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2세들의 노력과 민족의식이 전제돼야 하겠지요. 특히 미국언론계에 젊은 한인 2세들이 보다 많이 진출해 한인사회의 실상을 왜곡없이 전달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김주형=지금까지 한인사회를 대변할 한인 정치인이 하나도 없다는 현실이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이제는 유권자 등록과 선거구 재조정 등 당면 정치문제를 남의 일처럼 생각하면 안됩니다. 바로 우리문제라는 절박함을 가지고 참여해야 합니다. 1.5세와 2세는 주류사회의 정치현실을 한인사회에 생생히 전달하는 메신저역할을 충실히 해야 합니다.
▲사회=지금 한인사회에서 가장 시급한 괴제는 타운재건과 한흑간 융화입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 주십시오.
▲황성진=전 재산을 잃다시피한 1세 어른들이 좌절하지 않고 재기를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고 한편으로는 슬픔을,또다른 한편으로는 가슴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든 다시 일어설 것입니다. 흑인사회와의 관계는 한인사회의 정치력 향상과 더불어 발전할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의 단합된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 화해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임용진=한흑사회의 불신은 미 언론에 의해 더욱 두꺼워졌습니다. 보다 많은 한인들이 언론계에 진출하는 것도 바람직하겠지만 편파·왜곡 보도의 시정을 촉구하는 한인사회 차원의 로비활동도 필요하리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편협한 시각으로 불화만을 조장하고 있는 일부 흑인사회 지도자들과 과감한 대화를 나눠 본질적인 불신의 씨를 제거하는데도 노력해야 합니다.
▲황성진=흑인사회와의 대화는 영어와 흑인문화를 좀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이해할 수 있는 1.5세와 2세가 이끌어가야 합니다. 그러나 이는 1세들의 경험과 뒷받침없이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다른 인종사회와의 대화에 앞서 한인사회내에서 먼저 충분한 토론이 이루어져 타민족과의 대화방식·공존방법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야 합니다.
▲김주형=짧은 기간이었지만 비상대책위원회와 사회단체,각 한국언론사를 통해 타운재건을 위한 각별한 노력이 있어 왔습니다. 그러나 보다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침체된 한인피해자들의 사기를 진작시켰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앞으로도 각 사회단체와 언론사들이 앞장서 한인피해자들을 위로하고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해준다면 많은 피해자들이 용기를 얻으리라 생각합니다.<정리=la 미주본사 하천식기자>정리=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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