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하오 2시 연세대 장기원 기념관에서는 학생 2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 학교 행정학과가 주최한 2차례의 「모의국무회의」가 열렸다.대통령을 의장으로 국무총리,부총리,재무,상공,내무,국방장관등이 참석한 첫번째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은 『계속적 수출부진과 임금인상압력을 극복할 묘안을 내달라』고 주문한뒤 『지금까지 경제성장의 주역이었던 재벌들이 그동안의 은혜를 망각한 행동을 하고 있으니 어쩌면 좋겠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에대해 부총리는 『최근 일부 재벌이 그동안 특혜로 모은 돈을 개인적 정치야망을 위해 사용하고 있으니 지금이라도 당장 이들의 돈줄을 끊어야 한다』며 『고양이인줄 알았더니 범의 새끼를 키운 것』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나 상공장관은 수출담당 각료임을 의식한듯 『국가경제회복에 필수적인 수출증대를 위해서도 수출 기여도가 높은 특정기업을 무너뜨릴 수는 없다』며 『정부도 특정정당이 밉더라도 그 기업까지 망가뜨려선 안될 것』이라고 신중론을 개진했다.
또다른 각료는 『우리들중 재벌과 사돈맺지 않은 사람이 있으면 나와보라』고 말해 장내 학생들로부터 야유를 받기도 했다.
1시간여의 회의 끝에 국무위원들은 『재벌들이 정치적 불만을 갖지 못하도록 더많은 특혜를 주자』는 결론을 내려 이날 회의의 「한계」를 드러냈다.
이어 열린 두번째 국무회의는 정부의 재벌옹호를 풍자한 첫번 회의와는 달리 재벌 특혜와 관련된 정부의 금융·재정·임금정책을 비판하는 「진지한 토론의 장」으로 진행됐다.
7명의 각료대신 5명의 위원들이 참석해 그동안의 재벌중심 발전계획이 낳은 부의 불균등,계층갈등 심화에 관해 1시간여 동안 논쟁을 벌였다.
그러나 두번째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학생들은 코믹한 첫회의때와는 달리 지루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를 빠져나가 회의장안은 금새 썰렁해졌다.
이날 행사를 마련한 한 학생은 『오늘 행사의 목적은 상반된 두 회의를 통해 비판적 안목을 다지기 위한 것』이라며 『많은 대학생들이 말초적 웃음거리에만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이성철기자>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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