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문교 윤택중박사,안호상·최태영박사 모셔/“사제간 존경·사랑엔 나이없어”/카네이션 달아드리며 정겨운 시간 가져스승 존경에는 나이가 없다. 스승의 날을 하루앞둔 14일 상오 서울 종로구 도염동 「민족사 바로 찾기 국민회의」 사무실에서는 이 단체의 부의장인 9대 문교부장관 윤택중박사(80)가 단 두분인 생존 은사를 초청,조촐한 사은회를 열었다.
윤 박사가 모신 두분은 진성전문시절의 은사였던 초대 문교부장관 안호상박사(90)와 서울대 법대학장을 역임한 최태영박사(92). 경륜과 학식에서 우리나라 교육계에 큰 족적을 남긴 팔순제자와 구순스승의 만남은 스승 존경과 제자사랑의 본보기였다.
장관까지 지낸 원로도 스승 앞에서는 언행이 마냥 조심스러운 제자일뿐이었다.
제자는 곱게 단장한 부인 신민영여사(74·전 근명여상 교장)와 함께 은사들께 카네이션을 달아드렸고 두 스승은 『잊지 않고 초대해주어 고맙다』며 늙은 제자의 등을 두드렸다.
안,최 박사가 사무실에 들어선 순간부터 이들은 56년 전의 진성전문시절 사제간으로 금세 돌아갔다.
『선생님들께선 끝까지 창씨개명을 거부하셨고 그런 가르침 덕분에 제자인 저도 창씨개명 압력에 견딜 수 있었습니다』
제자가 기억하는 스승 두분은 유달리 민족의식이 강했었다.
독일 예나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24세에 진성전문 교수로 부임한 안 박사는 일제의 탄압속에서도 단 한차례도 일본말로 강의를 하지않았다.
일본인 장학관이 강의실을 기웃거리면 유창한 독일어로 강의를 해 일본인들의 기를 죽여 놓았다.
최 박사는 절친한 친구였던 춘원(이광수)이 친일행각을 하자 절교를 선언했을 만큼 민족정기를 강조한 스승이었다.
제자인 윤 박사는 일제시대 조선인 변호사로 신간회 중앙집행위원장을 맡는 등 독립운동에 헌신 함으로써 스승들의 가르침을 실천했다.
이날 사은회에는 윤 박사와 함께 역사연구를 하고 있는 이기혹옹(80·광주학생독립운동 전국동지회 부회장) 등 「안동사랑」 회원 10여명이 참석,진지한 자세로 1시간 가량 최·안 박사의 단군사상 강의를 경청했다.
무릎을 가지런히 모으고 강의를 들은 윤 박사는 『두분 선생님은 진정한 사도로 제자들을 가르쳤고 당시 제자들은 효도하는 마음으로 은사를 섬겼다』며 스승 존경이 퇴색한 요즘 세태를 아쉬워했다.<김현수기자>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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