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새 우려속 「독대 돌파구」 기대/청와대/“세 반전 계기 없으면 결단” 지배적/JC측/빌미 안주려 「합동연설」 수용 역공/YS측초반부터 굴국과 파열음을 거듭하며 종반까지 비틀거려온 민자당의 대통령 후보경선전이 D데이 4일을 남겨두고 또 다른 긴장감에 휩싸이고 있다. 이종찬후보가 기자회견을 통해 이른바 「노심」의 정체를 직접 공격하며 김영삼후보 추대위 해체 등 3개항의 요구를 시한부 통첩으로 던졌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특히 이같은 요구와 함께 암묵적으로 중대결심의 가능성을 짙게 비춰 이미 경선거부의 명분축적 단계에 들어선게 아니냐는 관측이 적지 않다.
반면 김 후보는 14일 저녁 제주에서 측근들과 긴급 모임을 갖고 3개항중 「18일 합동연설회」 요구를 수용키로 결정해 「공세「역공세」의 잇단 파노라마가 엮어내는 종반경선 양상이 더욱 주목된다.
▷청와대측 반응◁
○…청와대는 이 후보의 3개항 관철을 전제로한 「중대결심」 발언이 있은 직후부터 자유경선의 모양새가 막판에 흐트러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듯 내심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
그러나 표면적으로는 이 후보측의 3개항 요구가 이미 관철됐거나 득표활동을 위한 정치적 공세라고 보고 『이 후보의 요구에 답할 입장이 아니다』라며 무반응.
김중권 정무수석은 14일 『청와대는 이미 자유경선을 위해 필료한 조치를 취했기 때문데 특별히 추가조치를 취할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하고 『이 후보의 중대결심 결행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확신한다』고 기대성 언급.
반면 청와대의 다른 고위관계자는 『중대결심의 발언을 한 시점이나 행간의 의미로 볼때 단순한 정치공세로만은 볼 수 없다』면서 『우여곡절 끝에 막바지 단계에 온 헌정사상 초유의 집권당 대통령 후보경선이 심상치 않은 상황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토로.
이 관계자는 『이런 저런 이유때문에 주말께 노태우대통령이 이 후보를 면담하는 방안이 현재 심도있게 검토되고 있다』고 밝히고 『노이 면담이 생사될 경우 대통령후보 경선이 긍정적 방향으로 유도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전망.
이 관계자는 『노이 면담은 아직 전체 비서실의 의견은 아니고 일부 고위간부급 인사들의 의견』이라고 전하고 『이 문제에 대한 노 대통령의 생각이 무엇인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
한편 민자당의 이춘구 사무총장이 15일 노 대통령을 단독면담하고 전당대회 준비상황 등을 보고할 예정인데 이 자리에서 양 후보 진영의 선거운동 방법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이 후보의 중대결심과 관련한 사전·사후 대책 등이 거론될 것으로 보여 이날 이 총장 면담 결과에 대해 관심이 집중.
▷이 후보측 선택◁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노 대통령과 김 후보에게 시한부 통첩을 한 이종찬후보는 여권 핵심부의 추이를 지켜본뒤 주말께 최종입장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가 전날 강조한 기자회견의 핵심은 막바지 경선에서 「노심」의 변화를 겨냥한 것이나,전략적인 측면에서 세반전 촉진과 함께 「중대결단」 결행에 따른 명분축적의 양면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즉 15일까지 요구사항에 대한 선행조치와 답변을 요구한 것도 막판 3일동안 김 후보 진영의 세몰이를 최대한 차단하고 부동표를 흡수해 막판 뒤집기로 승세를 타겠다는 계산도 있다는 풀이.
그동안 일관되게 주장해온 전당대회 당일 정견발표 문제를 양보하면서 18일 서울에서 전 대의원이 참석한 합동연설회를 개최하자고 제안한 것도 상대진영의 대의원 접촉차단 전략 및 표단속 효과를 극소화 하면서 반란표를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15일 시한」을 설정한 것은 중대결단 시기를 앞당겨 세불리 때문에 경선을 포기한다는 부정적 시각을 희석시키려는 「정치적 고려」가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면 이 후보는 결국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현재로선 경선참여와 경선 거부 두가지 모두를 신중히 고려하고 있는 인상.
다만 금명간에 세반전 계기가 부여되지 않는다면 늦어도 17일까지 경선거부 등 중대결단을 선언할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이 후보 진영내에선 이 후보 자신과 채문식·오유방·장경우의원과 박범진 당선자 등이 15일까지 아무런 조치가 없을 경우 빠른 시일내에 결단을 해야한다는 강경론을 펴고 있다.
반면 심명보·박준병·김중위·최재욱의원 등은 현재의 판세가 백중세인만큼 끝까지 경선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여기에 박태준 최고위원·이한동 박철언의원 등은 좀더 지켜보자며 관망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 후보진영엔 강경파 인사를 제외하곤 상당수 인사가 경선 초창기부터는 미묘한 입장과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는데 이들의 역할이 「지원」보다는 이 후보의 일탈을 막기위한 「발목잡기역」 밀명을 띠고 참여한게 아니냐는 견해도 있는 것이 사실.
이 후보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 앞서 선거대책위 멤버들과 사전협의 절차 없이 독자적으로 강수를 던진 것도 이같은 내부사정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 후보가 결국 중대결단을 선택하게될 경우 대국민 선언 방식으로 「경선원인 무효선언」과 함께 경선거부·전당대회 불참 등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후보의 중대결심에 탈당선언 등은 포함되지 않겠지만 어차피 탈당수순의 전단계로 보아야할 것이라는 관측도 다수.
그가 끝내 탈당까지 고려할 경우엔 후보결정 무효가 처분소송 등 법정투쟁 및 당내현안과 관련된 「폭탄선언」 등의 극약처방도 불사해야 한다는 것이 강경론자들의 주장이어서 귀추가 주목.
▷김 후보측 시각◁
○…김 후보 진영은 이 후보의 요구를 정치공세로 일축하며 일체의 대응을 피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이 후보가 갈수록 확연해지는 세의 열세를 가리면서 반 김 진영내에서의 정치입지 확보를 위해 「돌발카드」를 선택할 가능성을 배제않는 눈치.
이 후보가 몸담아온 여권 생리로 볼때 노 대통령을 정면겨냥한 그의 태도가 궤도 일탈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이에따른 후속수순도 충분히 감안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풀어말해 현재의 세력판도가 단순한 정치공세나 전술·전략적 차원의 승부수로 뒤집기에는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었다고 보고 경선포기의 명분축적용으로 제기된 카드라는 얘기이다.
또 하나의 관점은 이 후보가 반 김 진영내에서 여러 「조건」을 전제해 단일후보로 추대된 자신의 입장을 감안,패배보다는 경선의 원인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향후 입지와 정치적 재기 가능성을 더욱 높일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김 후보측은 여러 복선을 깔고 있는 이 후보의 속셈이 현실로 표출될 수 있을지의 여부에 대해선 다소 회의적이다.
현재 거론되는 탈당가능성은 이 후보 진영도 일단 부인하고 있는 것이지만 돌연 경선을 거부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리라는 것.
이 후보측의 중반전까지 구사해온 외압설 등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나 중반들어 김 후보는 물론 「노심」까지 마구 건드리는 형태가 오히려 악재로 작용했다는 것이 김 후보측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이와관련,김 후보의 한 측근은 『시합이 한창 진행중인데 자기가 몰린다고 난데없이 룰을 바꾸자거나 심판에 항의하는 것이 관중의 호응을 받겠느냐』며 『기권을 하고 안하고는 자유의사이지만 자기 실력보다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삼가야 할 일』이라고 주장.
반면 또다른 관계자는 『어쨌든 이 후보가 경선을 포기하게 되면 모양새가 우습게 되는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 후보도 적잖은 정치적 타결을 받게될 것인만큼 이 후보가 두 선택간의 득실을 어떻게 저울질할지는 두고 볼일』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김 후보측은 경선과정에서 야기된 두 후보 진영의 격렬한 감정대립의 앙금이 남아있는게 사실이어서 장기적으로 이 후보가 경선포기후 탈당까지도 고려에 넣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는 것 같다.
김 후보측이 이 후보의 잇단 강공을 예사롭게만 보지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후보의 세가 취약하다고해도 경선포기는 일단 「흠집」으로 남을 수 밖에 없고 나아가 대선전열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 후보가 합동연설회를 사실상 수용,역공세의 반전을 시도한 것도 이같은 계산을 깔고 있다고 보인다.<조명구·이유식기자>조명구·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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