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인공기가 부산,광주에 이어 서울에도 등장했다. 아마도 이 돌림병은 이쯤에서 끝날것 같지가 않다. 처음엔 섬뜩하고 놀라운 측면이 있었으나 이젠 운동권의 맹랑함이 측은하기조차 하다. 그 저의가 너무 뻔히 드러나 보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내세운 명분이란 것부터 치기가 넘친다. 통일을 위해 남북합의서 이행을 촉구하며 국가보안법 어기기 운동을 벌이는 것이라고 한다.과연 그러할까. 한마디로 아니다. 그 속셈은 딴데 있다고 본다. 종래의 묵은 주장을 되풀이,정부를 반 통일의 긍지로 몰고 공권력과의 충돌을 촉발케 하려는 의도가 아주 뚜렷하다. 그리하여 방향상실의 학생운동에 새로운 불씨를 당겨 보자는 것이 아닌가. 일부대학에 나붙은 인공기게양 반대의 대자보가 탄압의 구실을 만들어 준다는반박이 이 사실을 역으로 뒷받침하고 있음을 주목할만 하다.
대학가의 인공기 등장이 순수한 통일운동이라면,그것이 오히려 통일에 반작용을 일으킴을 먼저 깨달아야 할 것이다. 우리 분단상황과 이로 인한 국민의 정서가 크게 반발하고 있음을 무슨 이유로 외면하려는지 이해가 안간다. 그뿐만 아니라 북한 당국에 의해 고무적으로 이용되는 현실은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의문이 아닐수 없다.
아울러 지적할 것은 조국의 현상에 대한 비판력의 불균형이다. 남에서 인공기를 들면 통일지향이라고 억지를 쓰면서 북을 향해 태극기를 들라는 요구는 왜 입을 다물고 있는지 답답하다. 본디 화해와 양보는 상호주의의 원칙에 바탕을 두어야 실효가 생기는 법이다.
진심으로 통일을 원한다면 이따위 자극적인 행동으로 내부 분란은 일으키는 작태를 깨끗이 청산해야 한다. 이만한 각성이 없는한 학생운동은 거듭 밝혀온대로 고립과 고사의 운명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인공기 등장에 관해선 지각있는 대학생들의 엄정한 반대가 강력히 표명되어 대학 스스로 진화작업에 앞장설 것을 권유하고자 한다. 이것이 비판적인 대학생의 올바른 자세일 것이다. 통일문제를 내건 체제와 제도와의 투쟁이야말로 이 시점에선 반통일 반민족적임을 천명해둘 필요가 있다.
인공기 등장에 엄단 방침을 밝힌 정부당국에도 이 기회에 당부할 바가 있다. 대북정책의 구상과 실천에서 일관성과 원칙을 엄격히 지키고 선후의 과제를 확고하게 가려서 추진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은 탓으로 정책결정과 교류에서 혼선이 가끔 빚어지고,그로인해 적잖은 사고와 행동의 혼란을 야기케한게 엄연한 현실이 아닌가. 정부로선 지킬것은 지키고 안될것은 과감히 버리는 용단이 있어 마땅한 일이다. 학생들은 빈대가 싫다고 초가삼간을 태우려는 무모한 버릇을 버리는게 옳다. 통일은 목적이 아닌 과정의 문제임을 인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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