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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갈등 역사(LA 한인사회 폐허서 다시 서자: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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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갈등 역사(LA 한인사회 폐허서 다시 서자:8)

입력
1992.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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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책 계속 추진속 유색인 화합 외면/분출구 막힌 흑인들 타소수민족 적대시【뉴욕=김수종특파원】 뉴욕타임스와 CBS가 로스앤젤레스 폭동이후 공동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미국인이 이 사태를 인종갈등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흑인들에 대한 제반조건을 개선하는 길만이 문제의 근본 해결책임을 지적하고 있다. 결국 폭동에 불을 당긴 것은 로드니 킹 평결이라는 인종적 갈등이지만 폭동의 에너지는 희망과 꿈이 없는 도시빈민들의 경제적 박탈감이었음을 이 여론조사는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폭동이 터지자 한국교민들의 피해에 흥분한 국내에서 『미국에서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고 분개하고 미국을 성토하기에 이르고 있지만 미국의 역사나 이민사를 볼 때 「미국은 이같은 사태를 일으킬 소지를 많이 안고 있는 나라」라고 말할 수 있다. 유럽계통 미국인이 사회를 주도하는 한 흑백갈등은 미국이 안고 있는 원죄인 셈이다.

5백년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유럽인으로서 아메리카에 첫발을 밟은 후 미국은 인종갈등으로 점철되어 왔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민국가 미국은 인종갈등을 안고 있으면서도 이민을 국가의 원동력으로 활용하는데 가장 성공한 나라이다. 또 현재도 이민에 관한한 가장 문호가 개방되어 있다.

미국의 이민역사는 인종간 갈등과 적응을 잘 설명해 준다.

영국을 선두로 한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독일 네덜란드 스칸디나비아국가 등 서북부 유럽인들이 19세기 말까지 미국이민의 주류를 이루어 미국전역에 골고루 퍼졌다. 이들이 넓은 의미의 와스프(WASP)라는 이름아래 미국의 기득권층을 유지하고 있으며 중서부 농업지역 주에서는 인종갈등없는 그들만의 세계를 갖고 있다.

19세기 말에 불어닥친 이민 물결을 탄 것은 이탈리아 그리스 러시아 헝가리 폴란드 등 동구 및 남구인들이다.

이들은 이미 서부개척을 통해 땅을 차지해버린 영국이나 독일계와는 달리 뉴욕 시카고 필라델피아 등 도시공장 노동자나 잡역노동자로 도시주변에 정착했고 이들 인종그룹은 지금도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다.

제3의 이민물결은 68년 이민법 개정후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인들로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 아시아국가론 미국 이민에 선구자적 역할을 했지만 한국 필리핀 인도인 등이 대규모로 몰려오고 있다.

또 멕시코를 필두로 중남미인의 이민은 80년대 이후 가장 활발하다. 연간 80만명이 합법적으로 미국으로 오고 있으며 로스앤젤레스공항은 아시아 이민으로,마이애미공항은 남미 이민들로,뉴욕의 케네디공항은 동구권 이민들로 오늘도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아프리카 노예의 후손인 흑인들만 이민케이스가 다른 셈이지만 초기 앵글로계를 제외하면 미국에 가장 오래전에 이민온 사람들이다.

이들 시대별 지역별 이민들이 세계 최강의 미국을 만드는데 기여했으며 특히 이민 1세들의 희생위에 미국이 자랐다고 할 수 있다.

서유럽 이민의 미국건설과 서부개척,이탈리아와 동구계 이민들의 값싼 공장노동력 제공,흑인들의 남부농장 노동력 제공,중국계의 철도건설 등 생명을 걸거나 인간적 대접을 못받는 희생을 치렀다.

현재도 미국은 이민을 통해 우수한 과학기술 인력을 흡수함으로써 미국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미국이 세계를 지도하는 국가로 존재할 수 있는 것도 세계 1백20여개 인종을 안고 있는 이민국가의 덕을 입고 있는 일면이 있다.

그래서 미국인은 스스로 멜팅포트(인간 용광로) 또는 샐러드 보울이라고 말하며 이민국가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는 다인종사회가 가질 수 있는 분열과 갈등의 요소가 있다. 흑백갈등이 대표적이다. 정치적으로 흑인은 인구비례로 볼때 백인과 손색없는 발언권을 가지고 있다. 미국 양대 도시인 뉴욕과 LA시장이 흑인이다. 문제는 흑인이 경제력을 거의 갖고 있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왜 흑인이 가난한가에 대해서는 진보적 견해와 보수적 견해가 극명하다. 민권운동가를 중심으로 한 진보인사들은 국가가 백인만 잘 살게 정책을 편다고 한다. 그러나 보수주의자들은 흑인 자신들에게 더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끝없는 논쟁속에 분명한 것은 흑인의 경제적 지위가 저하되는 사실이다. 이제 도시문제하면 바로 흑인문제로 통하는 것이 미국의 사회문제이다. 폭력 마약 미성년 임신 등으로 대도시 흑인거주지역은 중병을 앓고 있다. 중산층의 교외 이주현상은 흑인문제와 상승작용을 하고 있다.

인종갈등은 이 같은 상황에 처한 흑인과 대도시에 거주하는 다른 인종집단과의 마찰로 확산된다.

LA 폭동이전에 있었던 한흑갈등이나 뉴욕에서의 한흑갈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흑인들은 빈곤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백인의 인종차별이라는 벽으로 단절돼 있다.

이 인종차별과 빈곤은 흑인한테서 「아메리카 드림」을 앗아갔다. 그러나 이민온 소수민족 가운데 중국인이나 한국인은 「드림」까지는 아니라도 대부분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따라서 흑백갈등이 폭발할 경우 이번처럼 오히려 백인에 앞서 한국인을 적대시하게 되는 것이다. 수많은 소수민족 거주지역이 있는 뉴욕같은 대도시에서도 흑인들이 인종적 마찰을 일으키는 대상이 한인과 함께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흑인과 함께 인종문제의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은 히스패닉이다. 그러나 지역이 흑인과 달리 텍사스와 캘리포니아에 집중되어 있고,흑인처럼 백인에 대한 역사적 감정과 소외의식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위험도는 덜한 편이다.

흑인과 히스패닉을 명실상부한 미국의 멜팅포트 속에 끌어들이고 인종갈등을 줄이는 길은 이들에게 경제적 진출기회를 확대하는 것으로 결론이 날 수 밖에 없다. 이들의 불만은 아메리칸 드림을 꾸지 못하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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