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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현실참여/「정도」인가 「사도」인가(대학을 살리자: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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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현실참여/「정도」인가 「사도」인가(대학을 살리자:11)

입력
1992.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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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봉사” “출세목적” 팽팽한 이견/정·관계 진출후 복귀때 학생과 마찰/학교측,퇴직­복직여부 결정 제도적장치 필요대학 교수들의 현실참여는 빗나간 사도인가,아니면 대학의 사회봉사 차원에서 필요한 「사도」인가.

상아탑을 떠나 사회 각 분야의 요직을 차지해가는 교수집단의 참여를 권력지향적 출세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않은 반면 사회적 기여로 간주하는 평가도 있다.

이에따라 정·관·재계로 진출하는 교수들이 대학으로 복귀할때 발판으로 사용하는 휴직제도의 활성화 여부가 교수사회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또 대학교수들의 활발한 사회 진출에 대한 평가와 대학측의 입장 정립도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계 재계 관계에 진출하는 교수들에 대한 대학 내부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가운데서도 수는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4대 총선에서 교수출신 국회의원 당선자는 전국구를 포함,11명으로 13대때 8명보다 늘어났다. 이중 야당 소속 의원수는 3명씩으로 변함이 없으나 여당 소속은 13대 5명에서 8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6공 출범후 첫 내각의 24개 부·처 장관중 교수출신이 8명으로 관료출신과 함께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인이후 행정부로의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청와대 비서진에는 비서실장 정치특보 정무 경제수석 공보수석 외교안보 정책조사 보좌관 등의 요직에 학계인사가 들어가 정책결정에 깊숙히 관여해왔다.

이밖에 재야·시민단체 등에 참여하는 교수들의 활동도 그 어느때보다 두드러지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대 정치·외교학과의 경우 80년대 들어 「스카우트」가 잇달아 정년을 채워 퇴임한 교수가 단 1명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과교수중 강단을 지키고 있는 교수들도 각종 정책자문에 응하는 등 현실에 깊이 개입하고 있다.

5공 출범과 민정당 창당에 관여,81년부터 11·12대 의원을 지냈던 서울대 정치학과 B·C교수는 임기동안 연구실을 운영하며 휴직해 논란이 됐었다.

서울대 H교수는 『교수가 정·관계에 진출하는 것은 바람직한 측면도 있으나 교수직을 지닌채 외부활동을 할 경우 교수정원이 사실상 줄어들고 시간강사가 강의를 도맡게 돼 학생들이 피해를 보게 되므로 현실참여 교수들은 사표를 내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아직은 냉소적 시각

이 교수는 『국무총리 등에 발탁됐던 선배학자들은 국민이 기대하는 참신성·전문성 등에서 모두 수준에 못미치고 이용만 당했다는게 대학 내부의 평가』라며 『정권이 정통성을 갖추고 안정되면 학계에 대한 의존도도 낮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모정당 창당때 추진위원 자리를 제의받았으나 『정당활동이 아닌 학술운동만을 하고 싶어 거절했다』는 서울대 사회학과 김진균교수도 『4∼8년씩 휴직한채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학문적 낭비이므로 정·관계에 진출할 사람은 깨끗이 사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서울대 길승흠교수(정치학)는 『장기간 휴직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국회의원 임기 4년 정도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로 간주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계 등에 진출했다 강단복귀에 성공하는 사례는 드물다. 서울대 정치학과 김학준·최창규교수는 각각 12대 의원 임기를 마친뒤 학교로 돌아왔으나 결국 학생들의 압력으로 사퇴하고 말았다.

학생들간에는 친여정치권 등에 진출했던 교수들의 복귀에 대해서는 배타적인 반면 재야·사회비판단체로의 「변신」은 도리어 환영하는 태도가 뿌리깊게 남아있다. 지난해 10월 중앙대 신문사가 실시한 설문조사는 대학생들이 교수들의 정치참여에 대해서는 강력히 반대(63.0%)한 반면 사회비판적 활동에 대해서는 적극찬성(84.3%)한 것으로 나타났다.

13대 의원을 지낸 교수들의 복직여부는 최근 해당 대학생들간에 큰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13대때 민자당 전국구 의원이었다가 14대 총선에서 낙선한 K대 N교수(국제정치학)는 오는 30일 복직할 예정이나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 교수는 휴직기간중에도 매학기 대학원 박사과정 1개 강좌를 맡아 주1회 강의해왔다.

○어용시비로 사퇴도

학생들의 반대움직임에 대해 이 대학의 한 보직교수는 『사립대의 경우 우수한 교수확보를 위해 외부활동 교수들을 사직케 할 수 없다』며 『대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순수학문 연구교수,대학과 사회의 교량역할을 하는 교수,학교행정에 능통한 교수 등 3가지 유형의 교수가 골고루 확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13대 전국구 의원으로 진출한뒤 학생들이 교수실 집기를 드러내는 등 결렬한 항의를 받았던 Y대 L교수의 복직여부도 아직 불투명한 상태.

현실참여 교수들에 대한 시각이 부정적인 것은 변혁기 때마다 「어용교수 시비」로 대학가가 홍역을 치른 후유증 때문.

고려대 이만우교수(경제학)는 『미국의 경우 교수들이 대통령 자문위원이나 중앙은행 총재 등으로 업적을 남긴뒤 대학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흔하다』며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현실참여 교수들의 부끄러운 행태가 지워지려면 모범적인 선례가 시급히 정립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여」교수들에 대한 어용시비는 자유당때부터 있었지만 5·16직후 「정책연구실」,60년대 후반 「평가교수단」 등으로 계속되다가 70년들어 유신정권 창출에 교수들이 대거 동원되면서 본격화됐다.

서울대 김철수교수(헌법학)는 『오늘날 사제간의 신뢰가 무너지고 교수의 위상과 권위가 실추되고 있는 것은 70년대초 유신헌법 제정을 전후해 많은 교수들이 자의에 의하거나 강제적으로 현실정치에 동원돼 「지식기술자」로 전락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시 유신체제의 사전 정지작업 및 지지·홍보에 앞장섰던 H·K교수는 유정회 국회의원을 지내고 교수 재임용제 등에 깊이 관여한 뒤 지방대학에서 84년까지 강단에 섰다.

잦은 매스컴 출연·외부기고 등도 교수사회에서는 빈축을 사기도 한다.

서울대 김광웅교수(정치행정학)는 『미디어 출연 등의 사회활동은 종종 동료교수로부터 핀잔거리가 된다』며 『과거 방송이 정권유지를 위한 도구로 사용됐던 선입관이 지워지지 않아 부정적으로 보는 것같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 시민연합」(경실련)과 「공명선거실천 시민운동협의회」(공선협) 등 단체를 통한 사회참여가 활발한 것도 최근 교수사회의 특징이다.

경실련에는 2백여명의 교수가 회원으로 참가,산하 정책연구위원회 등 각 분과위에서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등 지속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시민단체 참여 많아

이 단체 중앙위원회 의장 손봉호교수(서울대 사회교육과)는 『전공이 사회윤리인 만큼 학문자체를 실천한다는 생각으로 활동해왔다』고 말했다.

『정·관계 진출이 사회에 도움을 준다면 굳이 교수들의 참여를 반대하고 싶지 않다』는 손 교수는 「유산안남기기운동」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 다양한 단체의 실무책임을 맡고 있으면서도 강의만큼은 절대로 소홀히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정년퇴임한 서울대 경제학과 변형윤명예교수는 『현실참여는 20년후면 지도자가 될 학생들을 올바르게 가르치는 일 등 간접적인 방식으로 할 수 있다』며 『결국 대학이 잘돼야 국가와 사회도 제대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변 교수는 『정계 등에서 교수들을 유혹해도 많은 교수들이 학교를 지켜줬으면 좋겠다』며 『학교를 지키는 교수들에게 존경과 비중이 주어져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특별취재반

▲사회부

설희관차장·유승우·김철훈·고태성·남대희·이태희·이성철기자

▲사진부

이종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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