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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이 뭐길래… 쉽게 목숨버리나/여학생들 잇단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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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이 뭐길래… 쉽게 목숨버리나/여학생들 잇단 자살

입력
1992.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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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투신에 분신까지/대부분 중상류층에 성적도 상위권청소년의 달인 5월들어 성적부진을 비관하거나 입시중압감에 시달리던 여중고생들의 자살이 잇달아 교육계와 가정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들은 가정형편이 대부분 중상류층이고 학교성적도 상워권인 경우가 많아 학생지도에 새로운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교육 관계자들은 이제까지 입시위주의 교육만을 시켜온 결과 청소년의 심성이 나약해지고 성적에 대한 강박관념이 강해 쉼게 생명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있다고 지적,94학년도부터 대입시제도가 다양화되는데 따른 불안감을 씻어주기위해 지금부터라도 각급 학교와 가정에서 학생들의 정서를 안정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12일 상오 5시30분께 부산 금정구 구서2동 선경아파트 이모양(16·부산 D여고 1)이 자신의 집 베란다에서 땅으로 떨어져 숨졌다.

이날 아침 중간고사 준비를 하던 이양은 노트에 『살아있는 동안 모두를 사랑했어요. 내가 죽더라도 피해를 입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예요』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이양의 가족들과 친구들은 『반장으로 성격이 쾌활하고 성적도 전교10위권에 드는 이양이 자살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비통해했다.

이날 상오 3시께 전북 군산시 송풍동 염한영씨(46·회사원)집 앞길에서 염씨의 딸(17·군산여고 1)이 온몸에 석유를 끼얹고 분신,중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염양은 반에서 1,2등을 다퉈왔으며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중간고사에 대비,10여일전부터 밤샘공부를 해왔는데 『공부가 마음대로 잘 안된다. 명복을 빌어달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지난 11일 상오 5시께 부산 동래구 온천2동 럭키아파트 9동 옥상에서 포항 J고 3년 김모양이 투신자살했다.

김양은 고교 1년때까지 성적이 상위권이었으나 최근 성적이 중하위권으로 떨어지자 이를 비관해왔다는 것.

◎입시위주 교육에 심성 나약해져/가정서도 높은 점수 강요말아야/전문가의견

▲정병국씨(서울 청소년지도육성회 교양지도과장)=성적때문에 자살하는 학생들은 대개 상위권이다. 더 좋은 성적을 바라는 주위의 기대는 강박관념이 되고 장기간 누적될때 좌절에 빠진다.

여학생들의 잇단 자살은 남학생들에 비해 속마음을 털어놓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기회가 적은데 원인이 있다. 학교는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하루속히 탈피해야하고 가정서도 좋은 성적만을 강요치 말아야 한다.

▲김계현교수(서울대 교육학)=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이 아무리 버릇이 나쁘더라도 성적만 좋으면 야단치지 않는다. 담임선생 역시 학생이 품행이 좋지 않아도 성적만 좋으면 용서해준다.

이러한 성적 제일주의의 학교·가정에 매인 중·고생들이 중간고사가 시작되는 5월이 되면 고민하고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학급간의 석차경쟁을 하는 담임교사가 꼴찌학생에게 주는 강박관념 또한 대단하다.

학생들은 부모와 교사에게 내몰린 끝에 자살에 이르는 것이다.

▲유성종씨(교육부 장학편수실장)=이제까지 학교가 전인교육에 힘쓰지 않고 입시위주의 교육만을 해왔기 때문에 일부 학생들의 심성이 나약해져 쉽게 인생을 포기하는 경향이 생겨났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에게 대학입시제도 변경 등에 따른 불안감이나 강박관념 등을 해소해주고 정서를 함양해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토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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