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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 존폐 뜨거운 공방/헌재,헌법소원 변론 공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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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 존폐 뜨거운 공방/헌재,헌법소원 변론 공판

입력
1992.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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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오판가능성 상존/폐지론/흉악범죄 막을 효과수단/존속론헌법재판소는 12일 대심판정에서 사형제도의 위헌여부를 가리기 위한 전단계로 사형폐지운동협의회 회장 이상혁변호사가 사형확정자 등을 대리해 낸 사형제도에 대한 헌법소원사건 변론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가 참고인으로 지명한 형법학자 4명이 나와 사형제도 폐지론과 존치론으로 본격 공방을 벌였다.

또 변론도중 한 사형확정자의 어머니가 「사형폐지」를 주장하면서 혈서를 쓰는 등 사형폐지운동협의회 회원,사형확정자 가족 1백50여명이 대심판정을 메워 이 사건공판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이번 변론은 법무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형법개정안에 「사형적용 신중」 규정을 신설하고 현주건조물방화치상 등 10개 범죄의 사형조항을 폐지키로한 상황에서 열린데다 사회일각에서 부분적으로 제기돼온 사형제도의 위헌주장이 헌법 최고해석기관인 헌법재판소의 공개 심판대에 올려졌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변론에 나온 소송대리인 이 변호사와 고려대 김일수교수,성균관대 김종원교수 등 형법학자 4명은 사형제도가 인간의 생명권 가치존중을 침해하느냐는 헌법해석론적 입장과 범죄예방에 긍정적 또는 부정적 효과를 갖느냐는 형사정책적 측면에서 존치론과 폐지론을 치열하게 전개했다.

먼저 소송대리인 이 변호사는 『인간존재의 절대적 권리인 생명권을 박탈할 수 있게 하는 사형제도는 인간의 존엄성을 규정한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며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법률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헌법 37조의 규정이 인간의 본질적 내용 즉 생명권까지 침해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사형제도에 의한 범죄예방 효과도 입증된 바 없다』며 『특히 오판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점에서 사형제도는 폐지돼야 한다』는 논지를 폈다.

고려대 법대 심재우교수도 『사형은 인간을 자기목적적 존재로 존중하지 않고 국가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며 『인간의 생명권은 질서유지나 공공복리를 위해 법률로 제한할 수 없다』고 폐지론을 폈다.

심 교수는 또 『사형제도는 합리적 형벌관이 확립되지 않았던 원시사회에선 단순한 응보형으로 기능했을 뿐』이라며 『역사적 잔재로서의 사형을 그대로 두는 것은 문명국가의 수치이며 헌법정신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려대 법대 김일수교수도 『사형은 정당한 응보가 아니라 비이성적 복수감정을 충족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법원의 오판가능성을 막기위해 ▲일정기간 사형집행을 유예하고 ▲재판부의 전원일치로만 사형선고가 가능토록 하며 ▲사형을 대치할 초장기형 등의 대체입법을 통해 사형제도를 폐지해 갈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성균관대 김종원교수는 『대부분의 국가가 사형제도를 두고 있으며 흉악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범죄예방을 위해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사형은 여전히 필요하다』며 『특히 가해자인 범죄인의 생명이 피해자의 생명권보다 존중될 수 없다는 「공평의 권리」에 비추어 질서유지에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로 사형을 규정해도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또 『오판의 가능성은 부인할 수 없지만 상소제도·재심제도의 활용으로 최대한 막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강혁 한국외국어대 총장은 『사형은 극형성·최종성·회복 불가능성으로 인해 인간의 존엄성 및 권리의식 등장과 함께 위헌성 여부가 문제돼왔다』며 『그러나 사형의 역사적 수용,세계적 입법례,국민의 법감정 등을 고려해 사형제도 그 자체는 합헌이라고 보는 견해가 다수설』이라고 소개했다.<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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