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이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을 것인가. 전당대회를 불과 1주일 남겨두고 있는 민자당의 대통령 후보경선 양상을 지켜보고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의문이다. 민자당의 경선제 도입 자체는 한국정치사에 획기적인 이정표가 될 수 있는 「신선한 발전」이다. 특히 정당의 권위주의적 체질을 민주화 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도 기대,국민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민주당도 굳이 경선의 모습을 갖추겠다는 것을 보면 정당 자체들도 지명이나 추대보다는 모양이 좋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그러나 경선은 한국의 정치풍토에서 그것을 채택한 정당으로서는 성공하는 경우 큰 이점이 되지마는 실패하는 경우 정치적 부담이 엄청나다. 불행하게도 지금 민자당은 우려하던 경선딜레마에 빠져있다.김영삼후보와 이종찬후보 등 양 진영이 상호간의 비난,비방,반칙,비리폭로 등으로 이전투구의 「추태」를 드러내고 있다. 「큰 정치」와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고 있는 김·이 양 후보는 유감스럽게도 「큰 것」과 「새로움」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김 후보측은 TV토론이나 합동연설회,시차제 개인연설회,전당대회에서의 정견발표 등 이 후보측이 요구하는 정책토론을 거부해왔다. 민자당이 경선을 집안행사로 축소했다해도 대의원을 상대로 정책토론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대의원들이 김·이 양 후보를 다 잘알고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후보들은 그들의 정책,이념,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비록 짧은 운동기간이나마 후보들의 능력에 따라서는 인간성과 지도력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후보들은 「분장」을 해서라도 자기 자신의 최선을 과시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 자명한 게임의 원리를 놓고 양 진영이 공방전을 펴는 뒷면에는 김 후보가 토론에 취약하다는 약점때문이다. 김 후보가 논리전개에 약하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에게는 다 알려진 것이다. 이 후보측이 겨낭하고 있는 것은 바로 김 후보의 이러한 취약점의 노출에 있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역으로 김 후보측은 이 약점을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
이래서 정책토론회를 완강히 거부한다. 도전자의 위치에 있는 이 후보측은 이에 맞서 「후원회 모임」 형식을 빌린 「장외대회」로 대응,부동표 낚기에 나서 상당한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김 후보측의 토론거부나 이 후보측의 「장외대회」는 좋게 보아 모두 선거전략이라고 보아넘길 수도 있으나 사실 국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는 「불공정 행위」이다. 민자당으로서 위험한 것은 김·이 후보 양 진영의 대결이 자제력을 상실하면 양측 모두가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12월의 본선(대통령 선거)에서 야당인 민주·국민당의 후보들과 적벽대전을 치르기도 전에 예선에서 모두 KO당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이러한 위기를 의식한듯 민자당내에 「당을 걱정하는 모임」 등 파국을 막으려는 움직임이 있다. 이들이 양 진영의 첨예한 대립을 어느정도 중화시킬지 모르겠다. 어떻든 후보선출 전당대회까지 1주일도 채 못되는 짧은 기간에 경선의 질서를 찾아야 한다. 경선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려면 게임이 공정하고 또한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 이번 민자당의 경선은 박태준 최고위원의 사퇴,외압설,손주환 정치담당 수석 보좌관의 경질 등으로 처음부터 공정성이 크게 불투명해졌다. 어느 누군가가 모양갖추기의 경선을 의도했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정치게임은 인간의 본능적인 게임의 하나다. 야심있는 정치인이라면 누가 「꼭두각시」 노릇만을 하겠는가. 경선을 일단 한다면 원칙대로 해야지 파행을 보인다면 안하느니만 못한 것이다. 그래서 민자당의 경선이 이처럼 난장판을 벌일 바에는 차라리 당 총재인 노태우대통령이 특정인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김·이 양 후보 어느 누구도 대선에서의 승리를 위해서는 당의 결속이 절대적이다. 당의 대표 최고위원이고 또한 예선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김 후보가 경선질서 정상화에 정치력을 먼저 발휘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그것이 「대도무문」의 「큰 정치」의 한 사례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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