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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중기육성/이장훈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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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중기육성/이장훈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2.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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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취재차 만난 한 중소기업의 사장은 기자에게 『요즘 중소기업 때문에 난리가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데 웬일인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이 사장의 비아냥은 중소기업인들 대부분이 느끼는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중소기업을 육성한다고 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으며 언론이 대대적으로 중소기업이 어렵다고 보도해도 그 때뿐이지 별달리 나아진 것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총선이나 대통령 선거 등에서 각 당의 정치지도자들은 공약으로 언제나 중소기업의 육성을 들고 나왔고 정부의 경제계획에도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은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했었다.

하지만 그 같은 육성대책은 눈에 보이는 효과를 가져다 주지 못했고 중소업계는 「올해가 최악의 해가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인력·자금난에다 판매난까지 겹쳐 휴·폐업하거나 도산하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아무리 중소기업을 지원하느니,대책을 마련해주느니 해봐야 「소 귀에 경읽기식」일 수 밖에 없다.

정부가 자금을 지원해준다고 해도 은행을 찾아가면 문적박대가 일쑤고 사채조차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로 어렵다는 것이다.

하루종일 돈줄을 찾아 헤매다 회사에 돌아오면 종업원이 또 나간다는 말만 듣게 된다고 하소연하는 사장도 부지기수다.

게다가 반갑지 않은 손님들은 왜 그리 많이 오는지 푼돈이라도 집어주지 않으면 곤란한 형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인들의 사기는 한마디로 땅에 완전히 떨어졌다』고 말한다.

경제의 주춧돌이니 뿌리니 하는 말조차 듣기 싫다는 표정이다.

경제정책이 대기업 위주로만 이루어지는데 중소기업이 어떻게 발붙일 곳이나 있겠느냐고 비판한다.

이웃나라 일본과 대만만 봐도 중소기업이 그 나라의 경제를 이끌고 가는데 어쩌다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이 미운 오리새끼가 되었느냐고 푸념한다.

많은 중소기업인들은 이번주가 중소기업 주간이 정부 등에서 또 생색내기용 발표만 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제발 「일회성」 난리법석을 피우지말고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근본대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 달라고 중소기업인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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