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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2.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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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란 카드로 게임을 벌이는 대표적 서양도박의 일종이다. 그 기원은 미국 미시시피강변의 항구도시 뉴올리언스에서 19세기초 시작됐다는게 통설이다. 당시 소위 「미시시피의 도박사」로 이름 붙은 전문꾼들이 한밑천 잡을 셈으로 퍼뜨린게 돌고 돌아 국내에서 성행하기에 이르렀다. 「고스톱」이 망국병으로 지탄받고 있는 이때 포커판마저 주로 상류층의 배운 사람들과 대학생 사이에 유행을 타고 있다는 것. ◆포커는 카드를 한장씩 돌릴때마다 돈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변화무쌍하고 도박성이 짙은게 특징이다. 최근 이런 포커판을 사법연수원 원생들이 공부방에서 즐기다 들통나 대법원장이 포커금지령을 내리는 촌극이 빚어졌다고 한다. 좋은 머리에 각고의 노력으로 사법시험에 합격,법관의 소양을 쌓고 있는 피교육중의 원생들이 지폐를 수북히 쌓아 놓고 판을 벌였다니 정말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누구나 재미삼아 고스톱이나 포커를 즐길 수는 있겠지만 때와 장소 및 한계는 지켜야 한다. 훌륭한 법관양성을 위해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한 좋은 시설에서 법률기록 작성을 연습토록 배정된 시간에 몰래 벌인 포커판이 재미수준을 넘어 빚까지 지는 사태가 생겨서는 국민적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 된다. 오늘날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시각은 짙은 실망과 한가닥 기대가 엇갈려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법부 부조리 공개소동에 이어 안기부원 흑색선전물 투입사건에 대한 「번개공판」이 말썽이 되고 있는 시점이다. 뻔한 건을 놓고 배후를 추궁하는 질문하나없이 첫 공판 30분만에 구형절차까지 끝내버린 어처구니 없는 공판을 보면서 국민들의 심정은 참으로 답답했던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의 분발과 개선을 새 세대에게 기대하게 되고,그런 기대란 어차피 예비법관들에게 돌릴 수 밖에 없게된다. ◆최근 미국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로스 페로는 어느 대학 졸업식장에서 『자신이 특별하다거나 잘난체 하지말고,손톱 밑에 때가 낄 정도로 밑바닥에서부터 인생을 시작하라』고 충고했다고 한다. 어쩐지 우리 예비법관들도 귀담이 들을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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