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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주춧돌” 무색… 사방에 돈뜯겨/중소기업은 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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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주춧돌” 무색… 사방에 돈뜯겨/중소기업은 봉인가

입력
1992.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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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연4천5백만원/연구개발비의 4배나/행정규제 복잡해 “안주면 되레 손해”오는 14일로 창립 30주년을 맞은 중소기업 협동조합중앙회의 서울 여의도회관 건물 앞에는 「중소기업은 경제의 주춧돌」이라고 씌어진 기념비가 있다.

이 주춧돌이 흔들리지 않게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이곳 저곳에서 손을 벌려 각종 기부금이나 찬조금을 뜯어 가뜩이나 경영여건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이 괴로움을 당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을 포함,무려 53곳에서 정기 또는 부정기적으로 각종 명목의 금품을 요구받고 적지 않은 돈을 뇌물성으로 납부하는 등 엄청난 준조세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11일 기협중앙회 등 관련단체와 업계의 비공식조사에 따르면 경찰서 소방서 등 일선 행정기관은 물론 환경처 노동부 등 중앙정부부처와 각종 사회단체 등이 찬조금 또는 기부금 형식이나 단속 등을 눈감아 주는 조건 등으로 중소기업들로부터 일정금액을 정기·부정기적으로 받는 것으로 밝혀졌다.

찬조·기부금 내역을 보면 정화추진위,갱생보호사업,새마을운동성금,한국자유총연맹기부금,방위·보훈성금,관공서의 시설 및 집기에 대한 기부금,관공서 행사찬조금,종교·체육·문화단체기부금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중 정부의 준조세 폐지 및 개선대책(88년) 기업의 준조세부담정리방안(89년) 등에 따라 일부는 폐지됐으나 아직까지도 각종 명목의 준조세가 징수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정부의 준조세 개선정리대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준조세 비용은 업체당 연평균 4천4백80만9천원으로 매출액대비 0.81%로 연구개발비 0.19%에 비해 4배 이상이 많고 이중 각종 공과금 등을 제외한 찬조·기부금이 연평균 5백65만9천원(매출액대비 0.10%)으로 전체의 12.6%를 차지하고 있어 경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처럼 큰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별수없이 준조세를 내는 까닭은 각종 인허가 절차 및 단속 등 행정규제가 복잡하고 까다로워 준조세를 내지않으면 기업경영이 불가능하기 때문.

기업이 공장을 새로 지으려면 27개 법령 60개 절차에 따라 3백12종의 서류를 구비,1백99개 기관을 거쳐야 한다..

또 에너지관리기사 등 의무적으로 채용해야 하는 인원이 너무 많은 것도 문제다.

이러다보니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으로서는 법을 어길 수 밖에 없고 이 「약점」을 잘 알고 있는 일선행정기관 등은 중소기업을 「봉」으로 여기고 손을 내미는게 현실이다.

어떤 중소 업체의 사장은 『환경기준만을 볼때 우리나라의 법규는 선진국 수준인데 비해 공장현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니 당연히 처벌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중소업계에 따르면 과거에는 세금과 관련한 경비지출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환경기준이 강화됨에 따라 환경오염이나 공해단속과 관련된 경비지출이 가장 많다고 밝혀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중소기업인들은 이같은 준조세부담에다 인력·자금난에 기술부족까지 겹쳐 휴폐업이 속출하는 등 「최악의 해」를 맞고 있다.

기협중앙회의 김정수 조사부장은 『중소기업인들은 대부분 사기가 꺾이고 기업할 의욕을 잃고 있다』며 『범정부차원에서 각종 행정규제를 철폐하고 준조세를 없애는 등 중소기업인들의 사기를 진작해주고 인력·자금난에 대처할 수 있는 종합적인 지원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장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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