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강권정치 시대에서 적지 않게 말썽을 빚었던 인권문제가 최근 다시 거론되어 주목을 끌고 있다. 민주화 시대를 여는 제6공화국이 출범한지도 벌써 5년째를 맞고 있고 국제 인권규약에 가입한지도 3년이 되었는데도 아직까지 인권문제 시비가 그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번에 나타난 시비는 인권후진국의 불명예를 씻기 위해 90년에 가입한 국제 인권규약에 따라 유엔에 처음 제출한 정부의 보고서에서 비롯되고 있어 자칫하면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즉 작년 7월 유엔 인권위원회에 제출한 인권보고서의 상당부문이 실제상황을 축소 왜곡하고 있다고 한국기독교 교회협의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 주장하고 나온 것이다.그 보고서는 작년 법무 내무 노동 보사 등 11개 관련부처가 분야별로 작성 종합한 것으로 총 3백12개 항목에 걸쳐 시민적 정치적 권리보장과 관련한 일반적 법률체계와 사법적 행정적 조치들이 포함되어 있다. 바로 이 보고서에 대해 두 단체는 특히 신체의 자유,평화적 집회의 자유,국가보안법,재소자의 인권 등의 항목에서 축소 왜곡이 많았다고 반박하는 비교보고서를 발표한 것이다. 예를 들면 정부보고서는 지난 86년부터 5년간 고문혐의로 기소된 경찰 등 수사담당 공무원은 모두 29명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는 고문 가혹행위로 고소 고발된 공무원이 지난 89년 9월부터 1년동안만 해도 53건에 1백15명이라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여러 항목별로 비교한 그들의 보고서를 발표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유엔 인권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어서 국제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 만일 유엔 인권위원회가 이 비교보고서를 접수한뒤 일리가 있다고 판단해서 실제조사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다.
금년초 발표된 미국 국무부 인권보고서는 한국의 인권상황에 대해 『아직도 권위주의적인 잔재가 남아있다』고 언급하면서 『야당정치인 과격학생 노조운동가들에 대한 정보수집이 계속되고 있으며 민감한 정치사건에 대해 사법부가 행정부의 영향력아래 있다』고 꼬집은 바 있다.
두 단체가 지적한 것처럼 정부보고서가 실제의 국내 인권상황을 축소 왜곡한게 사실이라면 체약국으로서 지켜야 할 국제적 신의에 흠집을 내는 실수를 범한 것이다. 정부보고서와 비교보고서는 인권침해의 기준이나 시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다소간 차이는 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정부는 사실을 속시원하게 해명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교회협의회나 변호사 모임측도 그런 반박보고서를 국제기구에 제출하기에 앞서 먼저 정부측에 대해 사실규명을 촉구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그들이 목적하는 바도 인권보호이지 나라망신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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