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노력 통한 미 정부 「성의」 유도에 역점/한흑 융화·교민 현지적응 장기방안 추진정부는 LA 흑인 폭동사태로 우리 교민이 입은 피해의 복구 및 보상문제는 1차적으로 미국내 구제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태는 미국사회의 흑백 갈등으로 빚어진 미국 국내문제이며 따라서 우리 교민들의 피해를 이유로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가 외교관례상 어렵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섣불리 간여했다가 한미간 외교마찰을 일으킬 경우 오히려 역작용을 가져올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LA지역은 미국내에서 우리 교민이 가장 많이 살고있는 지역이고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가 한인들이었다는 점에서 사후 수습대책 마련에 우리 정부가 일정한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LA거주 교민들이 거의가 이민 1세대들이고 국내와 정서적으로 연결된 끈이 강해 사태수습에 대한 우리정부의 역할에 국내외의 기대가 크다는 점을 정부로서도 십분 인식하고 있다.
정부가 LA에 특파했던 정부조사단의 보고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대책은 이같은 여건을 감안,간접적인 지원방식에 중점이 두어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LA를 재해지역으로 선포해 놓은데 따라 피해교민들은 연방정부로부터 장기저리 융자를 받을 수 있으며 당장 생계가 어려운 피해자는 구호기금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일단 교민들이 이같은 자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정부차원의 직접적인 금융지원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다만 현지 한국계 은행 등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상환금의 유예나 신규융자 확대 등을 장려하고 있다.
정부는 또 교민들이 본국에 소유하고 있는 재산을 담보로 융자를 원할 경우 한도액을 현재의 20만달러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관계기관과 은행 등을 통해 검토하고 있고 본국의 친척이 피해복구 지원금을 보낼 경우 송금상의 편의를 고려해 준다는 방침. LA 피해교민돕기 성금에 대해서 손비처리 해주기로 한 것도 정부의 간접지원 방침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보다 큰 관심은 이같은 금융차원의 간접지원보다는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통해 미국 정부로부터 한인피해에 대해 얼마나 성의 있는 조치를 끌어낼 수 있느냐에 쏠리고 있다.
물론 정부는 이번 LA교민 피해가 한미간 외교적 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외교적인 관례에 벗어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외교경로를 통해 우리교민의 피해에 대한 미국정부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촉구해 간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그러나 이번 정부조사단 단장으로 LA에 파견됐던 허승 외무부 제2차관보가 피트 윌슨 캘리포니아 주지사 면담을 신청했음에도 이 면담이 성사되지 못한 것은 의미있는 대목이다.
때마침 부시 대통령의 LA방문 등으로 윌슨 주지사가 시간을 내지 못했다는 점도 있지만 우리정부의 행보에 대한 간접적인 불만표시였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LA사태에서 교민사회가 큰 피해를 입었던 것은 현재 교민들이 처하고 있는 특수한 상황에서 초래된 측면이 있는 만큼 이에대한 장기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즉 교민들의 대부분이 흑인이나 중남미계를 상대로 생업을 유지해 왔으며 앞으로 상당기간은 이같은 여건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
따라서 우리교민과 흑인간 융화를 다지는 장기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내 소수민족문제 해결차원에서 해결 방향이 찾아져야 하며 한흑간 문제를 부각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한계를 인정하면서 흑인 자선단체 지원 등 우리교민들의 흑인사회 기여나 지역별로 한흑 친선협의회 구성 등을 활성화 해 나가기로 했다. 또 한국민에 대한 흑인사회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흑인 지도자들의 방한 초청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문화적 배경 등의 차이로 인한 교민들의 현지사회 부적응 문제도 교민들과 타인종들간의 마찰을 초래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총영사관을 중심으로 문화센터 등을 세워 현지 적응교육을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같은 정부의 대책이 구호기금 조성 등 보다 강력한 조치를 기대해온 LA 교민들의 기대치에는 못미칠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근본적으로는 교민들 스스로 미국사회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 전반적인 지적이다.<이계성기자>이계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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