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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흑인폭동과 한·흑관계(U.S.News 본지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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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흑인폭동과 한·흑관계(U.S.News 본지특약)

입력
1992.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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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들 「강한 결속」에 “흑인 질시”/억척생활로 「성공적인 이민」 불구/타공동체와 연대 약해 “시비대상”11일 가판대에 등장한 미국의 유력 시사주간지 「유 에스 뉴스 & 월드 리포트」지는 4·29 흑인폭동 과정에서 다시 노정된 한흑간의 갈등과 관련,한국계 이민자들을 다룬 기사를 게재했다. 유에스지는 이 기사를 통해 한국인들의 단결력과 고국과의 긴밀한 연계성 등이 이들의 미국사회 흡수를 더디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에스지에 실린 한국관련 기사의 내용을 요약한다.<편집자주>

현재 미 전역에는 80만명의 한인들이 생활하고 있으며 이들중 3분의 2는 캘리포니아주에 몰려 있다.

하버드대 한국 전문가인 카터 엑커트는 많은 한국인 이민 1세들이 이른바 「탈식민주의적 정신상태」를 지니고 미국 땅으로 건너왔다고 지적한다. 즉 식민지 역사를 경험했던 한인들은 타민족들로부터 더이상 마음대로 휘둘리지 않겠다는 남다른 각오를 갖고 미국 땅을 밟았다는 지적이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기회의 나라」 미국에 도착한 한인들은 이민 선배격인 유태인과 이탈리아인들의 전철을 따라 도시지역을 무대로 한 소매업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너나 할것 없이 억척스런 노동으로 짧은 영어와 부족한 자본이 지니는 한계를 극복해 갔다.

한인들이 대거 뛰어든,도시 빈민지역을 무대로 한 소매업은 흑인들을 주 고객으로 삼고 있으며 위험부담이 높은 반면 채산성이 좋은 업종이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유의영교수가 LA 한인 소매업체를 대상으로 1990년에 실시한 조사는 백인이나 한인을 상대로 한 업체들보다는 흑인과 히스패닉계를 주 고객으로 한 한인업체들이 더 많은 수익을 올렸다는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준다.

그러나 지난 18개월동안 LA시 빈민지역에서 영업하던 한인업주들 12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은 이들이 짊어져야 할 부담을 극명히 보여준다.

이번 폭동의 와중에서 한인사회는 엄청난 피해를 겪었다. 한명의 청년이 사살됐고 1천6백여개소의 한국인 점포가 방화나 약탈을 당했다.

실망과 허탈에 빠진 한인들중에는 「미국의 꿈」을 포기하고 아예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이 미국을 등진 주된 이유중 하나는 미국사회에 만연된 인종차별 때문이었다.

특히 한인들은 흑인들로부터 질시를 받고 있다.

흑인은 한인들이 흑인커뮤니티에서 돈을 빼앗아 가고 있으며 비한인들을 고용하는데 인색하다고 불평한다.

한인이 자신들의 생활기반인 흑인밀집 지역에 뿌리를 내리지 않은채 백인들처럼 좋은 학군을 찾아 이리저리 떠도는 모습을 흑인들은 못마땅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상대적 박탈의식이 강한 흑인들은 또 신용도가 높고 담보를 설정할 수 있는 부동산이 많아 한인들의 은행융자가 흑인들보다 훨씬 쉽다는 사실조차 질시의 눈으로 쳐다본다.

한인사회의 결속력도 흑인들에겐 시비의 대상이 된다. 한인들은 집이나 차를 살 경우 혹은 보험에 가입하거나 심지어는 배관공을 물색할 때에도 거의 예외없이 한인업체를 찾는다. 이들의 75%는 교회마저 한인교회를 선택한다. 캘리포니아주에는 이들을 위해 5백여개의 한인교회가 세워져 있다.

흑인들의 불만은 한인이 흑인지역에 들어와 장사를 하면서 흑인커뮤니티와의 어떤 연결도 피하려 든다는 것이다.

폭동의 불길이 수그러들자마자 한국 민주당의 김대중대표를 비롯한 정치인들이 조지 부시 대통령이나 빌 클린턴 등 미국 정치인보다 한발 앞서 LA 교포사회를 방문한 사실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한국계 미국인들은 전통적으로 고국과의 유대의식과 연결고리가 타인종에 비해 무척 강하다.

그러나 성공적으로 보이는 한인들의 이민생활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이 직면한 한계를 엿볼 수 있다. 한인 이민자들의 자기업체 소유율은 40%로 타인종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지만 한국계 미국인들의 평균수입은 백인이나 일본이나 중국 등 다른 아시아 이민자들에 비해 떨어지며 동등한 학력을 가진 백인이나 아시아계 미국인들과는 더욱 더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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