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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운행의 3중고(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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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운행의 3중고(사설)

입력
1992.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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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승용차를 너무 멀리까지 운행한다. 운행시간도 너무 길다. 대도시의 자가운전자들은 대부분 기껏해야 출퇴근이나 하며 주말에나 겨우 교외 나들이를 하는 정도여서,1년내내 차를 굴려봤자 1만㎞ 안팎인데 『그게 무슨 소리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차를 덜 운행한다는 우리 「상식의 허점」이 바로 거기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공직이든 기업이든 원거리 업무를 보는 절대다수 사람들은 승용차를 이용한다. 장거리 관광에도 승용차가 수없이 동원되고 주말이면 1백∼2백㎞ 정도의 승용차 나들이쯤은 해야 주말을 즐겼다 할 정도로 원거리운행을 하는 것이 예사다. 마이카시대가 일천하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승용차 운행거리를 국제비교한 수치를 보면 우리가 승용차를 얼마나 멀리까지 끌고다니며 유류를 낭비하고 있는지를 실감케 된다. 한국개발연구원의 김종덕·전규정박사팀이 조사해 지난 8일 발표한 통계를 보자. 우리의 승용차 대당 연평균 주행거리는 91년도에 2만3천9백31㎞다. 1일 평균으로 하면 65.56㎞다. 이는 일본(연=1만97㎞,1일=27.66㎞)의 2배가 넘는 거리다. 국토가 넓어 장거리 운행이 불가피한 미국(연=1만5천9백㎞,1일=43.56㎞) 캐나다(연=1만7천2백44㎞,1일=47.24㎞)보다도 51%∼39%를 우리가 더 먼 거리를 운행해 승용차의 주행거리에서 세계 최장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승용차 주행거리는 5년전인 87년에는 1일 평균 1백11.8㎞나 됐었다. 고속도로 등의 심한 체증과 승용차여행에 대한 시들함 등으로 해서 41.36%로 주행거리 단축이 되기는 했지만 교통선진국 수준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 승용차를 멀리 그리고 오래 굴린다는 것은 3중의 피해를 가져온다. 유류 즉 에너지의 낭비가 첫째 피해다. 우리의 승용차 대당 연간 휘발유 소비량은 2천2백70ℓ나 되어 8기통과 6기통의 대형 승용차가 주축인 미국·캐나다 다음으로 유류를 과소비 한다는 것이다.

두번째 피해는 자동차의 사고발생 빈도가 주행거리에 비례한다는 사실이다. 미국·일본 등이 우리보다 차량이 수십배 많은데도 교통사고 발생건수와 사망자수가 우리보다 5∼10분의 1밖에 안되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교통사고 세계제일」이란 우리의 오명도 「주행거리 최장」과 일치함을 알아야 한다.

세번째 피해는 장거리운행은 장시간 운행일 수 밖에 없어 모든 도로의 체증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그로 인한 정체로 유류 초과낭비와 시간낭비 등 간접피해가 연간 10조원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3중 피해를 생각해서라도 이제 자가용 승용차 운행은 꼭 필요할때,적정한 거리까지만 운행하는 지혜를 모든 사람들이 실천에 옮길 때가 왔다고 본다. 정부는 원거리 여행에 대체할 대중교통수단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 대도시의 대중교통수단인 지하철 건설을 서둘러야 한다. 승용차를 타지 않아도 출퇴근이 가능한 대도시 교통체계를 갖는데 투자와 행정력을 집중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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