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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대권 “누구도 장담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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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대권 “누구도 장담 못한다”

입력
1992.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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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후보 난립… 라모스 17.6%로 박빙리드/부동표 30% 이상… 군부 쿠데타도 배제못해【마닐라=최해운특파원】 누가 아키노 대통령에 이어 말라카냥궁을 차지할 것인가. 필리핀 대통령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으나 누구도 이 물음에 대답할 수 없을 정도로 예측불허의 상황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7명의 후보가 난립,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는데다 전통적으로 선거 막바지에 나타나는 후보간의 중상모략,비방,매표,정치폭력,쿠데타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어느 후보도 「완벽한 승리」를 거두기는 어렵다는 사실이다. 이런 예측은 앞으로의 필리핀 정국에 혼란과 어두운 그림자를 예고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특이한 점은 후보자간의 치열한 접전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의 무관심이 어느때 선거보다도 두드러 진다는 점이다.

지난날 필리핀 대선의 승리는 정치적 인기와 정당조직의 지원에 좌우됐으나 이번 선거는 이런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가 눈앞에 다가왔으나 여론조사에 의하면 적어도 30% 이상이 유동표로 남아있을 정도로 유권자들은 무관심하거나 갈팡질팡하고 있다.

따라서 누가 대통령이 될지 아무도 장담하기 어렵다. 다만 여론조사나 분위기를 근거로 7명의 후보중 아키노 현 대통령이 후계자로 밀고 있는 전 국방장관 피델 라모스(64)와 판사출신의 미리암 산티아고 후보(46·여),고 마르코스 대통령 친구이자 아키노 대통령의 조카인 재벌기업가 아두아르도 코후앙코(56),전하원의장 라몬 미트라(64)가 그래도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꼽히고 있을 뿐이다.

이밖에 한때 관심을 모았던 마르코스 미망인 이멜다,전 상원의장 조비토 살롱가,라우렐 등 세 후보는 뒤처지고 있다는 분석.

가장 최근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라모스가 17.6%의 지지도를 얻어 산티아고여사의 16.2% 지지를 조금 앞질러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이 코후앙코 10.6%,미트라 9.2%로 뒤를 쫓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하나의 참고사항일 뿐 대통령 당선을 점치는 근거로는 무리이다. 아직 표가 여러후보로 분산돼 30%의 득표율을 넘기기 어려운데다 상호중상 비방,매표 등 막판의 변수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선두주자로 꼽히는 라모스는 아키노의 적극적인 지원아래 표면상 상승세를 타고 있으나 신교도이기 때문에 가톨릭교계의 반대에 직면해 있다. 특히 그는 마르코스 독재시절 군참모총장을 지낸 경력이 있어 하이메 신추경기이 최근 발표한 『마르코스시절 혜택을 입은 자에겐 표를 주지말아야 한다』는 목회서신으로 치명타를 입고 있다.

또 여론조사 결과 지지도가 10%를 밑도는 미트라는 대중적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필리핀 최대 정당인 필리핀 민주투쟁당(LDP)을 이끌고 있어 위협적인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마르코스 시절 20여년동안 엄청난 부를 축적한 코코넛 재벌이자 필리핀 최대 기업인 산 미구엘 그룹총수 코후앙코는 대중적 인기는 없으나 마르코스 지지기반과 재력을 바탕으로 뛰고 있어 무시할 수 없는 존재.

그러나 이번 선거결과 어느 후보도 30%를 훨씬 넘는 「승리」를 거두기 어렵고 당선된다고 해도 낙선자와 박빙의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필리핀 정국의 혼란과 불안은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

필리핀 당국은 부인하고 있으나 이미 외국인과 기업인 가족들은 선거 전후에 발행할지도 모를 유혈사태를 피해 「해외탈출」을 기도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또 언제나 그랬듯이 필리핀 군부내 반란세력에 의한 쿠데타설이 파다하다.

군당국은 비상사태에 대비,1만여명의 군경병력을 마닐라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 투입하는 등 긴장상태가 감돌고 있다.

필리핀은 7천여개의 섬으로 구성돼 있어 개표가 완료돼 대통령 당선자가 확정 공고되기까지는 적어도 10여일이 걸린다.

정치 분석가들은 『군부내 반란세력의 힘도 상당히 약화돼 있고 군의 충성도도 불신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기 때문에 선거를 전후해 쿠데타 발발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희박하나 선거후 혼란이 지속될 때는 쿠데타에 의한 군부 등장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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