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만 1억어치… “통일 완성·세계평화 기원”10일은 불기 2536년 부처님 오신날 고해중생을 제도하려는 원력으로 이 세상에 오신 불타의 자비가 온누리에 고루 퍼지고 있다. 지리산속의 외딴 암자에서는 9일에도 부처의 공덕을 기리는 사경불사가 한 스님에 의해 쉼없이 계속됐다.
화엄경 60만자를 금분으로 옮겨쓰는 금자사경 10년 불사는 지리산 심산유곡에서 8년째 계속돼 곧 세상에 눈부신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경남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 벽송사 부속 암자에서 사경작업을 하는 스님은 구간(58). 석가모니가 득도한 후의 만덕을 지키는 화염경을 후세에 길이 전하기 위해 구간스님은 온 정열을 쏟아 하루 3백∼4백자를 검은색 감지에 옮겨 적어가고 있다.
사경작업은 고행에 비견될만큼 고된 일이다. 우선 정확하게 옮겨야 하고 글자 한자한자가 종횡으로 가지런해야 한다.
구간스님이 사경불사를 시작한 것은 85년 봄. 지난 50년에 출가,지리산 벽송사 주지를 지내다 85년 도반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인근 서암에 은거하면서부터였다. 뒤로 지리산 거봉들이 둘러처져 있고 칠선계곡을 마주하는 서암을 택해 사경불사에 나섰다.
첫해부터 4년간은 사경의 준비를 위해 먹글씨로 화염경을 그대로 한지에 옮겨 적었다. 그후 89년부터 본 작업인 금사를 시작했다.
곱게 빻은 금가루를 아교와 섞은뒤 붓끝에 묻혀 한지에 쓴 화엄경과 일일이 대조하며 옮겨적고 있다. 지금까지 작업이 끝난 것은 60만자의 절반인 30여만자.
붓끝이 달아 버린 것만도 수백개가 넘고 금분도 10말 이상이나 들었다. 금값 1억여원은 신도들의 도움으로 겨우 겨우 해결하고 있다.
구간스님은 『부처님의 공덕으로 조국통일 성업이 완성되고 세계가 화평하며 불법이 온누리에 퍼지길 비는 마음에서 사경불사를 시작했다』며 『승려로서 정진의 한 방법일 뿐』이라고 말했다.
속세와 연을 거의 끊은채 사경불사에 전념하고 있는 구간스님은 불사가 끝나면 완간본을 법보사찰 해인사에 보관시켜 모든 불자들에게 공개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구간스님의 성취는 우리 불교계에 지워지지 않을 금자탑이 될 것이다.<함양=김인수기자>함양=김인수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