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상세하게 공개” 불구/「영변실험실」 사찰 초점/미 “다른 곳에 은닉” 의혹제기 소지도【베를린=강병태특파원】 지난 1년간 북한의 핵무기 개발의혹을 둘러싸고 빚어졌던 비상한 논란은 지난 4일 북한이 핵관련 시설을 상세히 밝힌 보고서를 국제원자력구(IAEA)에 제출함으로써 원칙적으로는 종결단계에 접어 들었다고 할 수 있다.
보고서 내용을 확인하는 실제 사찰 과정을 아직 남겨둔 상황에서 이같은 판단은 경솔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은 핵안전 협정상의 의무제출 시한인 5월말보다 20여일이나 앞서 1백여페이지의 상세한 보고서를 제출하고,『IAEA가 원하는 모든 시설에 대한 사찰을 받겠다』고 밝혀 사찰과 사실확인은 별다른 장애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말 북한이 핵안전 협정에 서명한후에도 일부에서는 비준 핵시설 보고서 사찰수용 등 추후 의무이행 여부에 대해 끈질긴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실제관건은 북한이 모든 핵시설 및 보유핵물질에 관한 설계정보 등을 성실히 보고할 것인지에 달린 것으로 평가돼 왔다. 특히 미국측이 위성정보를 토대로 『핵무기 생산을 위한 플루토늄 재처리시설』이라고 주장해온 영변 핵단지내의 한 건물을 보고서에 포함시킬 것인지가 관심의 초점이었다.
4일 북한이 제출한 최초보고서는 우선 방대한 분량에 상세한 내용을 담고 있어 IAEA 관계자들도 놀라움을 표시했다.
이는 IAEA측이 그동안 북한의 성실보고 가능성을 의심해 왔다는 것이 아니다. 데이비드 키드 IAEA 공보국장은 『북한의 보고서는 IAEA에 필요한 것보다 많은 핵관련 시설을 공개하고 있다』고 놀라움을 표시한 것으로 보도됐다.
특히 북한은 이 보고서에 논란의 초저인 문제의 「영변핵단지 건물」을 포함시키고,이를 「건설중인 방사능 화학연구소의 방사능 화학실험실」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 실험실은 사용후 핵연료의 관리를 위한 극소량의 우라늄과 플루토늄의 분리기술을 연구하고 기술진을 교육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북한측의 보고내용에 대해 문제의 「영변건물」 정찰사진을 근거로 북한의 핵무기 생산이 수개월내로 임박했다고 주장해온 미국정부 등은 아직 아무런 공식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일부 언론이 「익명의 미국관리」 또는 「일부전문가」 등 애매한 소스를 인용,『실험실의 정체에 대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을 뿐이다. 이들 언론들은 또 『IAEA가 북한측 보고서의 성실성을 검토하는데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거나 『사찰을 해봐야 알 수 있을 것』 등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IAEA대변인 한스 마이어 박사는 6일 한국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같은 일부 언론의 의혹제기를 『IAEA와는 전혀 관계없는,개별언론 자신의 견해일 뿐』이라고 단호하게 해명했다.
마이어 대변인은 『핵안전 협정 규정상 IAEA는 협정체결국이 제출하는 보고서에 따라 사실대조를 위한 현장사찰을 실시할 뿐,보고서 자체에 보유 핵시설 모두가 담겨있는지 여부 등 진실성을 평가할 권한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이어 대변인은 『북한의 보고서에 의혹을 갖는 IAEA회원국은 이사회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으나,보고서의 성실성 여부에 대한 평가는 유엔안보리만이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AEA의 이같은 공식 견해를 토대로 본다면 앞으로 남은 문제는 두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즉 ▲문제의 영변핵단지내 「의문의 건물」이 북한의 보고서대로 단순한 실험실 인지,아니면 미국측의 주장대로 핵무기 생산을 위한 재처리 시설인지를 확인하는 것과 ▲북한이 영변핵단지가 아닌 다른곳에 핵무기 생산기설을 이전 또는 은닉해두고 있다는 일부의 추가적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다.
여기서 영변건물에 대한 보고 내용확인은 북한측이 이 건물의 존재를 자신있게 공개한 점과 최근 북한을 방문한 미 카네기재단 연구 그룹과 미국 취재진에게 『IAEA가 원하는 어떤 건물도 자유로이 사찰하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강조한 사실 등으로 미뤄 별 장애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핵무기 개발의혹 해소에 나선 북한이 사찰과정에서 새로운 장애를 스스로 조성할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고,스스로 공개한 시설에서 합리적 의혹이 발견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찰실시이후 논란의 초점이 영변 핵단지에서 다른 「비밀시설」로 옮겨갈 가능성이다. 「수개월내 핵무기 생산」 등의 의혹을 강력히 내세워 온 미국 등이 영변 단지 사찰결과만으로 쉽게 기존의 주장을 철회,「의혹해소」를 선언하기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의 핵무기 개발 의혹의 해소에는 북한측의 자세뿐 아니라 미국 등의 자세변화가 함께 얽혀 있다. 따라서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출발때와 마찬가지로 복잡한 외교안보적 모색들과 연계돼 앞으로도 어떤 수준에서든 지리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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