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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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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2.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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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벌증은 우리민족의 고질병중의 하나다. 지연 혈연 학연으로 갈리고 또 이해관계와 감정에 따라 등을 돌리고 싸우는 등 수치스러운 악폐이지만 좀처럼 없어지지 않고 있다.◆꼭 5백년전 임진난으로 왜적이 침입,조정이 한양을 버리고 변경인 의주로 피란을 가서도 중신들이 여전히 당쟁을 벌이자 화가난 선조가 『나라가 망하는데 언제까지 싸움질만 할것이냐』며 통탄했던 일은 너무나 유명하다. 그뿐인가. 일제에게 나라를 빼앗긴뒤 지도자들은 상해 임시정부 시절에도 기호파니 서북파니 의주파니 노령파니 하며 파벌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번 미LA시에서 흑인들의 폭동 약탈로 숱한 한국 교포들이 졸지에 재산을 잃었다는 소식은 참으로 가슴아픈 일이다. 하지만 피해를 입은 교포들이 좌절하지 않고 분연히 재기를 위해 복구의 삽을 드는가 하면 『나보다 더 고통받는 동포들을 돕자』며 성금과 각종 생필품을 미주 한국일보사 등에 줄지어 기탁하고 있다는 얘기는 우리를 감동케 한다. ◆그런데 참으로 우울한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다. 모두가 상처치유에 골몰하는 동안 몰지각한 여러 교민단체와 소위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캘리포니아주와 LA시에 대해 피해복구 및 보상과 관련,자신들만이 대표성이 있는 단체요 대표라고 제각기 주장,현지 당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30여년간 LA시 등 미주지역의 여러 한인단체와 교포사회가 주도권을 둘러싼 내분과 파벌싸움,그리고 뒤이은 고소전 등으로 온갖 추태를 보여왔음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그런데 조국의 이미지를 더럽히고 교포사회를 좀먹는 파벌,주도권싸움이 하필 엄청난 재난와중에 독버섯처럼 또다시 고개를 든것이다. 모두가 한덩어리가 되어 주정부·시당국과 피해보상 투쟁을 벌여도 어려운 판국에 이 무슨 추태인가. 각 교민단체와 대표들에게 자성과 자제를 간곡히 당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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